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헬스 프리즘] 고지혈증 치료는 동맥경화 예방의 첩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헬스 프리즘] 고지혈증 치료는 동맥경화 예방의 첩경

입력
2008.02.27 15:10
0 0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 10명 당 1명이며, 2019년에는 전 인구의 15%가 65세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이 19년으로 프랑스(115년)보다 10배나 빠르고, 이웃 일본(24년)도 앞지를 전망이다. 급속한 노령화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그 중에서도 질병양상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경우 건강예산의 40%가 65세 이상 노령층에게 지출되는데 이는 영ㆍ유아에 쓰이는 예산을 훨씬 능가한다. 질병양상도 바뀌어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뇌졸중과 심장병이 가장 흔하다. 따라서 고령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동맥경화증의 예방과 치료가 국가ㆍ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동맥경화증도 다른 생활습관병(성인병)처럼 예방할 수 있다. 다행히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위험인자가 대부분 밝혀졌다. 위험 인자는 6가지로 고지혈증, 흡연, 스트레스, 복부 비만, 고혈압, 당뇨병 순으로 비중이 크다. 이들 인자만 잘 관리하면 동맥경화증은 90%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고지혈증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중성지방이 높은 질환이다. 고지혈증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비율은 50% 정도로, 고지혈증만 잘 조절하면 동맥경화증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다. 고지혈증 치료가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최우선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지혈증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고 있다. 몇년 전 10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치료해야 하는 사람 중 50%만 약을 복용하고 이 중에서도 50%만 제대로 조절되고 있었다. 즉 치료해야 하는 환자의 25%만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일반인의 고지혈증에 대한 낮은 인식과 잘못된 보건정책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비만, 고지혈증 중에서 고지혈증을 심각한 질환이라고 답한 사람은 고작 5.5%에 불과했다. 이처럼 일반인이 고지혈증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지혈증을 방치하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으로 악화한다.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정책이다. 동맥경화증 예방을 위해 고지혈증 치료를 최우선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이유로 잘못된 보험급여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의 보험급여 기준으로는 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이 매우 높은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제대로 처방받을 수 없다. 본인이 약값을 다 부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부담이 될 동맥경화증의 예방을 위해 고지혈증을 최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보다 고지혈증은 대체로 한 가지 약으로 잘 조절된다. 따라서 치료 비용은 비싸지 않다.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훨씬 좋다고 볼 수 있다.

보건당국이 무료식사 제공 등의 선심성 정책으로 5,000억원을 기꺼이 지출하면서, 그 절반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 동맥경화증을 왜 외면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보건당국의 각성을 촉구한다.

조홍근 /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 전 홍보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