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전북 완산(전주)에서 만들어진 한석봉 <초서 천자문> 목판과 19세기 중반 이후 이곳에서 가장 많이 출판된 한글소설인 <유충열전> 목판이 일본식 생활용구로 변형, 훼손된 채 발견됐다. 유충열전> 초서>
한석봉 <초서 천자문> 목판은 방각본(坊刻本ㆍ판매용으로 제작된 목판본 책)으로는 최초로 발견된 것이며, <유충열전> 목판은 조선 후기에 200여종이 시판된 한글소설 가운데 목판 원판으로는 <삼국지> 목판 이후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삼국지> 유충열전> 초서>
강원 원주시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주지 한선학 스님은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9월 충주의 고미술상에서 수집한 한석봉 <초서 천자문> 목판으로 된 일본식 화로(이로리)상자(41×41×34㎝)와 일본 도쿄의 고미술상에서 구입한 <유충열전> 목판을 변형한 일본식 분첩(10.5×10.5×2.5㎝)을 공개했다. 유충열전> 초서>
2년 전 <오륜행실도> 목판이 일본식 화로 장식으로 변형된 것을 공개했던 한선학 스님은 “방각본은 궁중판이나 사찰본, 서원본에 비해 보존이 잘 되지 않아 목판 원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면서 “방각본이기는 하지만 이 목판들의 문화재적 가치가 궁중판 등에 뒤지지 않다”고 밝혔다. 오륜행실도>
아동들의 문자 습득용인 한석봉 <초서 천자문> 목판은 상단에 전서를 양각하고 하단에 초서 천자문을 음각으로 새겼으며 각 글자 오른쪽의 조그만 원 안에 초서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해서체 글자를 양각했다. 일본인들은 이 천자문 목판 4장을 가운데를 잘라 8장으로 만든 뒤 화로의 외곽에 측면 장식용으로 붙여 원형을 훼손했다. 초서>
특히 <유충열전> 목판 원판은 일본 여성들이 사용하는 분첩을 만들기 위해 둥글게 목판을 오려낸 후 뒷면을 파서 일본식 ‘마현전칠기법’으로 옻칠을 한 다음 뒷면을 파서 분첩의 뚜껑으로 만들어져 원형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 유충열전>
이태형 전북대 국문학과 교수는 “‘유충열전’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조선 사람들이 위안을 얻는 영웅소설로 <조웅전> 과 더불어 대표적인 한글소설이었다”면서 “19세기 방각본의 판각기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고 한 관장은 전했다. 조웅전>
이 목판들로 간행되는 방각본 서적은 민간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간행한 책으로 조선에서는 16세기부터 나타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침체됐다가 19세기에 활발하게 간행됐으며 1920년경 활판본 인쇄가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한양의 경판, 전주의 완판이 많이 만들어졌으며 주로 천자문 등 학습교재와 한글소설이었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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