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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원천기술 개발 수요자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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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원천기술 개발 수요자 중심으로

입력
2008.0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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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한국, 미국, 일본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공대교수를 하던 필자가 영국의 더램대에서 경영학석사(MBA)교육을 받으며 가장 어렵게 느꼈던 것 중의 하나는 "모든 기업은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여야 하고 항상 수요자의 요구에 맞추어 한다"는 너무 당연한 세계관을 온몸에 체화하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늘 한 방향으로 우직하게 자기만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첨단지식을 연구하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일 것 같은 과학기술계도 때로는 이렇게 우직한 특성 때문에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며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라는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의 시각을 바꾸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산업화 원천기술에 대한 시각이다. 원천기술은 다른 기술에 파급효과가 큰 창의적인 기술로, 지속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된다. 자연현상의 이해나 창의적 지식을 창출하는 기초과학과는 다르다.

원천기술은 파스퇴르의 연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파스퇴르는 부패와 발효의 원리를 밝혀낸 미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기초과학보다는 산업발전을 위한 원천기술연구를 더 중요시했다.

파스퇴르가 개발한 우유 저온살균법, 와인 부패 방지기술, 식초의 대량 제조법, 누에의 연화병 연구 등은 당시 프랑스의 대표산업이었던 낙농ㆍ양조ㆍ식초ㆍ양잠업계에서 곤란을 겪던 문제의 해결을 요청받고 미생물과 발효라는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해결한 사례들이다.

파스퇴르형 원천기술은 학문적 공백분야를 채우는 기초과학과는 달리 분명한 사업화 목적에 따라 시장과 기업의 수요로부터 발굴된 산업의 핵심동력으로 작용되는 산업화용 원천기술인 것이다.

또한 기초과학은 그 결과를 확산ㆍ공유함으로서 가치가 제고되는데 반해 원천기술은 기업이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원천이 된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을 혼동하여 사용하거나 원천기술도 기초과학과 같이 상향식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산업화 원천기술은 철저히 목적 지향적이고,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발굴되어야 하는 기술이다.

또 하나, 과거의 시각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과학기술 혁신과 국가경쟁력과의 관계이다. 흔히 과학기술 혁신이 이루어지면 국가경쟁력이 향상되고 경제성장이 뒤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반드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를 경제적 효과로 바꾸어 내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수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의 단과대학 하나보다도 적다. 하지만 일본의 국가경쟁력은 영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사용자ㆍ시장 중심의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일본은 산업계 수요에 따라 기술을 개발하였다.

두 사례는 과학기술 역량이 다소 부족한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전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보여준다. 첫째, 상용화 원천기술 개발은 장기적 안목에서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산업계 수요를 반영하여 수요자 중심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를 경제적 효과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기업이 기술력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갈 수 있도록 원천기술에서 상용화 기술까지 일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최정우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공학박사/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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