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해 청사 내 노후한 전화 통신망을 교체하면서 통화내용 녹취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 말까지 20억여원을 들여 도청과 19개 사업소의 전화 통신망을 발신자 표시와 음성인식 등이 가능한 인터넷 전화(IPT) 시스템으로 전면 교체했다.
도는 이 과정에서 전화 통화 내용을 녹취할 수 있는 300회선 규모의 녹취용 서버(ADVA VRS)를 설치하고 올해 1월부터 도청 민원실 10개 회선 가운데 3개 회선을 시범운영중이다.
이 인터넷 전화는 도청 내부 직원들간 통화 내용은 물론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 내용까지 녹음이 가능하고 녹음 내용을 파일로 저장한 뒤 다시 들을 수 있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당사자 동의 없이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녹취가 시작되면 ‘이 통화 내용은 녹음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민원인과 통화 시 고질적인 반복 민원, 욕설과 같은 인권침해 발언 등으로 향후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을 때를 대비해 근거자료로 제시하기 위해 녹취 기능을 도입했다”면서 “직원 감시 등 다른 의도로 활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아직까지 실제로 녹취가 이뤄진 사례는 없으며 녹취할 경우 안내 멘트가 나가도록 설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단체에서는 “민원실로 걸려오는 전화중 녹취할 필요가 있는 전화가 얼마나 되겠냐”며 “오히려 내부 감시를 위한 시스템 도입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또 안내 멘트는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안 나오게 할 수 있어 녹취 기능 도입을 놓고 향후 인권침해 및 노동탄압 시비가 확산될 전망이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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