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등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교체카드를 택했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후보자의 경우처럼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청와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각료 후보자 15명 중 3명이 중도 낙마하면서 새 정부는 이미지와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다.
장관 후보자 추가 경질의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된 장관 후보자들과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4ㆍ9 총선을 앞두고 문제 장관 후보자들을 계속 감쌀 경우 총선이슈로 부상해 선거를 망칠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교체 압력이 이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겼다.
통합민주당이 한승수 총리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표결을 장관 인사청문회와 연계시켜 29일로 넘겨버리고, 남주홍ㆍ박은경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보이콧하면서 이 대통령은 출발부터 여소야대의 현실을 실감했다.
여야간 대치 정국이 지속되면 국정은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취임 초 국력을 모아 경제 드라이브를 걸어 사회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구상이 심각한 차질을 받을 것으로 이 대통령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옷에 먼지가 묻으면 털고 가면 된다”며 “그러나 너무 늦으면 얼룩이 지고 빠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장관 후보자 교체는 이 대통령이 당의 건의를 받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와 만나 교체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오히려 더 분노하고 있다”며 격앙된 민심을 전하며 일부 장관 후보자의 교체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곧 이어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이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안정을 위해선 의회의 안정이 필요하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문제 장관 후보자 교체 요구를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두 후보자를 교체하는 선에서 사태가 수습되기를 기대하며 국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려 있는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만약 박 수석 마저 낙마하면 새 정부의 고위 여성공직자 3명이 모조리 낙마하는 셈이어서 부담이 커 보인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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