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가 먹고 사는 게 더 급합니다.”
충남 태안 일부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방제활동을 거부하고 나섰다. 방제작업을 총괄하는 한국해사검정측이 일당을 받고 방제작업에 참여하는 주민 숫자를 축소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일거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27일 충남도와 태안군 등에 따르면 25, 26일 소원면 모항1리 주민과 선주협회 어민들이 해변복구를 위해 찾은 자원봉사자 500여명의 마을 진입을 막고 봉사활동을 거부했다. 주민들은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로 수입원이 끊겨 방제일당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다”며 “3월부터 방제인력을 축소한다는 통보에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또 연말 이후 지급되지 않은 2개월치 인건비를 조속히 달라고 요구했다.
사고 이후 방제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주민은 하루 평균 4,000여명으로 이날 현재 연인원 36만8,650명에 이르고 있다.
앞서 사고 유조선인 허베이 스피리트호측과 국제유류오염손해배상(IOPC)기금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해사검정은 “인력보다 장비를 이용한 전문방제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며 “방제작업 참여 인부를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이에 따라 소원면의 경우 17개 마을에서 2,400여명이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해왔으나 다음 달부터는 일당 제공 인부가 1,500여명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주민들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돈과 시간을 투자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를 쫓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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