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의 충격으로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 신호가 실물 분야로 본격 옮아가고 있다. 물가, 경기체감도, 집값 등 실물 지표가 크게 악화함과 동시에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유가가 급등하는 등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의 도매물가가 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0.3% 하락에서 급반전한 것으로, 전문가 예상(0.4%)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미국의 도매물가는 최근 1년간 7.5%나 올라 2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도 악화일로다. 콘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전문가들의 예상치(83.0)보다 훨씬 낮은 75.0으로 떨어졌다. 2003년 2월(64.8)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지난해 미국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도 전년보다 8.9%나 떨어져 20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전방위 경기침체와 추가 금리인하 우려 속에 달러화는 급락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ㆍ달러 환율은 한때 유로 당 1.5047달러까지 올라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9년여 만에 처음으로 1.5달러 선을 넘어섰다.
달러는 올 들어 전 세계 주요 16개 통화 대부분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도 급락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 당 6.30원 떨어진 941.00원을 기록, 한달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약달러가 불러오는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 원유와 농산물에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은 연일 급등세다.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101.15달러까지 올랐다가 종가 기준 최고치인 배럴 당 100.88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역시 27일 런던거래소에서 장중 100달러를 돌파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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