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흰머리. 흰머리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연륜의 흔적’으로 볼 수 있지만 나이 먹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흰머리를 가려 젊고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염모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요즘에는 환경 오염과 스트레스 등으로 20~30대에도 새치가 생겨 염모제를 찾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염모제 시장 규모가 1,600억원(2006년 기준)이나 될 정도다. 하지만 염색체 성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용하다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PPD 성분 유해 경고 잇따라
염색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헤나가루를 다른 식물 추출물이나 금속 합성물질과 섞어 사용했다.
요즘 사용되는 염모제의 주성분은 1863년 독일의 호프만에 의해 개발된 PPD(파라페닐렌디아민)란 화학물질이다. 주로 검은색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산화력이 강한 물질이다.
그러나 2006년 영국 세인트존스피부연구소가 PPD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이 안면 부위 피부염을 유발하고 심하면 안면 부종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PPD의 유해성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염모제에서 PPD 성분이 6%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PPD 농도를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노영석 교수는 “PPD는 농도가 높을수록 피부자극성이 강해 접촉 부위에 발진이나 진물,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및 자극성 접촉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모발이 손상됐을 때나 부주의하게 사용하면 각막 손상을 초래해 시각장애나 실명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 생명을 위협하는 전신적인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반응으로 일어나는 생체 과민반응)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부작용 최소화한 염모제들
이처럼 PPD 성분의 유해성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부작용이 없는 염모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피부 부작용을 최소화한 제품(창포엔 등)이나 천연 물질(오징어 먹물, 비타민 CㆍE 등)을 이용하거나 아로마ㆍ한방 성분을 가미한 제품, 허브 제품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피부 부작용을 크게 개선한 TDS(톨루엔 디아민 술파이트) 성분의 염모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TDS는 그 동안 분자구조가 커 착색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었지만 제형을 크림 타입에서 겔 타입으로 바꿔 극복했고, 강알칼리성 성분인 암모니아를 약알칼리성인 L-아르기닌으로 대체했다. 이로써 머리카락의 팽윤(고분자화합물이 용매를 흡수해 부피가 늘어나는 것)을 돕고, 냄새는 물론 탈색 방지와 머리카락 손상을 줄였다.
아름다운화장품 두피모발사업부장 김수미씨는 “피부염 등을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염색을 위해서는 자극이 적은 염모제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염모제를 사용하기 전에 ‘패치 테스트’를 통해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패치 테스트는 팔 안쪽이나 귀 뒤쪽 머리카락이 난 주변에 동전 크기 정도로 발라 피부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또 염색시에는 두피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뿌리 끝에서 2~3㎜ 정도 떨어진 부위부터 바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염모제 설명서도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염모제 제조사마다 방치 시간, 권장 사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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