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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교한 수술까지 척척… 로봇 집도의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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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교한 수술까지 척척… 로봇 집도의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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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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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박정순(여ㆍ32)씨는 최근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걱정이 태산이다. 암도 문제지만 수술을 받으면 목에 남을 수술자국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인을 통해 로봇으로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면 목에 흉터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담당 의사를 찾아 로봇 수술을 받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박씨처럼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 ‘다빈치(DaVinci) 로봇’으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건수가 벌써 80건이 넘었다.

#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던 김상준(54)씨는 수술 후유증인 요실금과 성기능 장애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김씨는 인터넷을 뒤지다 수술 후유증이 거의 없는 다빈치 로봇 수술을 국내에서도 시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막상 로봇 수술을 결심한 김씨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로봇 수술이 비보험이라 너무 비싸고(700만~1,500만원), 국내 수술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로봇 수술을 결심했고, 수술 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가족들의 걱정을 떨치고 전혀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첫 도입 이래 국내 13대 들여와

다빈치 로봇 수술은 미국 인튜이티드 서지컬 사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1997년 벨기에에서 세계 최초로 수술이 이뤄졌다. 1990년대 초 미 국방부 방어전략연구계획팀이 전투력 극대화를 위해 시작한 수술용 로봇 연구의 성과물이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2005년 7월 다빈치 로봇을 도입해 담낭절제술과 전립선암 수술을 시작한 이후 로봇 수술이 대중화하고 있다.

2년간 800건 이상의 수술 성과를 보이자, 지난해부터 대형 병원들이 앞다퉈 다빈치 로봇을 들여왔다. 세브란스병원 4대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2대)과 영동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 서울아산병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동아대병원, 경북대병원 등에 모두 13대가 설치됐다. 3월에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립 보라매병원도 도입할 예정이다.

다빈치 로봇은 절개, 봉합 등의 수술을 3차원 입체영상을 통해 의사가 원격으로 집도하는 장비다. 기존 복강경 수술(배를 절개하지 않고 몇개의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기구를 넣어 하는 수술)은 2차원 영상으로 수술하고 있다. 반면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입체적인 시야가 확보돼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최대 15배까지 확대된 영상은 마치 현미경을 통해 미세수술을 하는 것처럼 아주 가는 혈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절개부위도 최소화되며 손떨림도 없어 수술시간은 물론 환자의 회복기간도 단축된다. 로봇의 팔에 달린 작은 기구(지름 5~8㎜)는 사람 손목의 움직임처럼 사방으로 회전할 수 있는 관절이 있어 작은 공간에서도 어려운 수술을 쉽고 정밀하게 실행한다.

물론 다빈치 로봇이 알아서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은 단지 의사가 조종하는 대로 충실하게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기존 수술처럼 경험 많은 외과의사의 판단과 손기술이 다빈치 로봇 수술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복강경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유리한데 이는 다빈치 로봇 수술이 복강경 수술에 로봇 기술을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 복강경 수술 가능한 모든 질환에 시술

다빈치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모든 질환에 시술할 수 있다. ▦전립선암, 신장절제술(비뇨기과) ▦위암, 대장암, 비장절제술(외과)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난소종양(산부인과) ▦폐암수술, 심장판막재건술, 심장 중격 결손(흉부외과) 등이다. 하지만 이전에 받은 수술이나 염증으로 인해 유착이 심한 경우, 종양이 크고 주위 장기에 침입한 경우에는 로봇 수술을 할 수 없다.

다빈치 로봇은 특히 전립선암, 대장암 등 손이 닿지 않는 미세한 부위의 수술에 강점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암 수술의 경우 대표적 부작용인 요실금과 발기부전을 80~95% 해결했다”며 “또한 기존 방법에서 6~12개월 걸리던 소변조절능력 회복기간이 1~3개월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위암의 경우 수술 후 퇴원까지 2주 가량 걸리던 기존 수술법에 비해 장운동 회복은 평균 3일, 첫 연식의 시작은 평균 4.1일 등 재원일을 평균 6일로 단축했다. 부인암에서도 해부학적 특성상 복강경 수술이 유용한데 앞으로 모든 부인과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도암의 경우 기존 방법으로는 30~40㎝의 절개를 하고 늑골을 벌린 상태에서 수술하는 데 비해 다빈치 로봇 수술은 1㎝ 구멍 4개로 수술이 가능하므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폐렴 등 합병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장ㆍ직장암은 수술환자의 20~40%에서 나타나는 배뇨장애나 성기능장애 등을 로봇 수술에서는 거의 전무할 정도로 줄일 수 있다.

■ 초기 암만 수술 가능, 비용도 비싸

하지만 다빈치 로봇 수술 효과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로봇 수술이 과연 만능인가?”라는 질문에 의사들은 당연히 “노(No)”라고 대답한다. 다빈치 로봇 수술이 모든 암 수술에 적용되지만 이는 초기 병기 상태로 암이 주변으로 퍼지지 않은 경우에만 시도되고 있다. 이미 전이됐거나 장기로 퍼져 있는 2기 이상의 경우 항암요법과 일반 수술을 통한 근치적 치료를 하거나 방사선 치료 등 다른 치료법을 써야 한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또한 보험 비급여를 노린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다. 다빈치 로봇은 대당 가격이 약 25억원으로 설치비까지 포함하면 대당 28억원이 되는 고가 장비여서 1회당 수술비용이 700만~1,500만원으로 매우 비싸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다빈치 로봇의 수술용 팔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10회 수술 후 교체할 때마다 300만~400만원의 비용이 드는 등 치료비가 아직은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이우정(외과) 형우진(외과) 나군호(비뇨기과) 김대준(흉부외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외과 전호경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한종 고려대의료원 천준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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