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1단계 공천심사 과정에서 호남지역 현역의원의 30%를 교체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당내에 각종'괴담'이 만연하고 있다. 이미 공심위가 살생부 작성을 마쳤다는 얘기는 물론 출처를 알 수 없는 명단까지 돌고 있다.
공심위의 계획은 인지도와 의정 만족도, 재출마 지지도, 정당 지지도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현역의원을 A∼D 등급으로 나눈 뒤 D등급에 해당하는 30%의 공천을 배제한다는 것.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26일 "1차 대상지역인 호남의 경우 불출마 선언자를 제외한 29명의 현역의원 가운데 광주ㆍ전남 6명, 전북 3명이 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심위 발표 직후부터 당내에선 의정활동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소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누구 누구가 최하위권이라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현역의원 6명 중 3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전북과 전남에서도 각각 2명, 3명이 탈락 대상으로 거론되는 식이다. 최근에는 공심위가 이미 9명의 탈락 대상자 선정을 끝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여기에는 같은 이름을 놓고 한쪽에서는 안정권으로, 다른 쪽에서는 탈락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각종 소문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호남권 의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광주지역의 한 의원은 "유권자의 눈높이에 다가서려는 공심위의 노력은 의미가 크다"면서도 "30%라는 수치에 집착해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일부 의원들은 "호남에서 사실상 절반은 쳐낸다는 소리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중진의원들 역시 수도권 징발론이 떠돌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 정치신인들은 대체로 공심위의 결정을 반기는 편이다. 광주 남구에서 출마한 정기남 예비후보는 "공심위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고, 전북 전주 완산을에서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는 "공심위가 30%를 물갈이 상한선으로 제시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대폭적인 교체를 주장했다.
공심위는 당내 동요가 커질 것에 대비, 26일부터 지역구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2차 여론조사에 들어갔다. 한 차례의 여론조사만으로 탈락자를 결정할 경우 반발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차 여론조사 결과는 내달 3,4일께 취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재승 공심위원장은 27일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분이 새로운 권력 창출을 보고 무서워서 야당 출마를 주저한다면 자가당착"이라며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장관 등 지도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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