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게 지급되는 매월 10만원 남짓한 장애수당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장애인 시설인 성람재단이 서울시에 기부채납 의사를 밝힌 후 소유권 이전이 지연되면서(본보 1월 14일자 14면)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원생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성람재단 전 이사장이 공금횡령과 장애여성 성추행 등의 물의로 구속된 후 기부의사를 밝혔지만 보석으로 석방된 후 새로운 조건을 추가해 기부의사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인권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 등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갈수록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성람재단 재활교사인 정모씨는 27일 “재단 이사장이 바뀐 후에도 시설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며 “시설기부를 신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씨는 “장애인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을 원했지만, 외출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성람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95%의 중증장애인들의 수당 통장은 사무실이 대신 관리ㆍ보관하고 있고 신체 여건이 되는 장애인들은 외출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소유권 이전 왜 늦어지나
소유권 이전 등기 지연은 시설 직원의 고용승계 문제가 핵심이다. 재단은 고용승계가 기부 조건에 포함된 만큼 모든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대한성공회는 100% 승계는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불임금 문제도 소유권 이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단은 시와 가진 실무회의에서 미지급 임금을 해결해 줄 것 요청했다. 170억원대의 시설을 기부하는 만큼 9억7,000만원의 체불임금은 시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시의회는 지난해 6월 ‘기부채납 전에 발생한 비용은 서울시 부담 불가’ 등의 조건을 붙여 기부채납을 승인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으로 시설이 지어져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재단의 잘못으로 생긴 손실을 다시 세금으로 메울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 성람재단 기부 의사 있나
시설 기부 조건을 추가하고 있는 재단의 행태도 문제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성람재단은 기부하기로 한 시설에 포함된 도로를 기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지난해 9월 시에 통보했다. 기부 시설 인근의 재단 소유 토지 진입로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시설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된 성공회 관계자는 “그 도로 양쪽으로 시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생활인들의 이동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도로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며 “수용하기 힘든 요구”라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성람재단은 또 최근 ‘포괄승계’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시설장의 고용승계와 체불임금 부담 등 기존의 요구 외에도 퇴직적립금과 소송비 등까지 서울시가 부담하라는 내용이다. 시 관계자는 “포괄 대상의 항목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조건인 체불임금에 이 금액을 더하면 2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재단 노조 한 관계자는 “시설 기부가 비위로 재판 중이던 조태영 전 이사장의 선처를 노리고 결정됐는데 조 전 이사장의 재판이 끝난 만큼 재단으로서는 170억원대의 시설을 시에 넘기기가 아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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