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밤 통합민주당이 한승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표결처리를 29일로 연기하자 민주당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평조차 내지 못했다.
27일부터 각료들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만큼 성급한 대응으로 민주당과 정면 충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결국은 새 정부 출범에 재를 뿌리려는 것이 아니냐”며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무 라인은 밤 10시께 표결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류우익 비서실장 주재로 박재완 정무수석과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밤 늦게까지 대책을 숙의했다. 회의 도중 정무수석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배용수 춘추관장은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고리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새 정부 각료들을 낙마시키기 위해 청와대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극한 대결을 부추기는 야당의 태도가 실망스럽다”면서 “이것이야 말로 이 대통령이 탈피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여의도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연기하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에 따라 이날 밤 예정돼 있던 후임 인사의 발표도 미뤘다. 총리 인준이 되기도 전에 각료후보자를 발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논리였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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