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재산문제 등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각료 후보자들의 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춘호 여성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기를 기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악화되면서 여러 가지 플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땅부자 내각’ 비판과 논문표절 논란에 이어 5공 정화사업 표창 경력 (김성이 복지부장관 후보자), 자녀 교육비 4,500만원 부당공제 (남주홍 통일장관 후보자) 등 각료 후보자들의 흠결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조기 수습하지 않으면 문제가 더 커진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4ㆍ9 총선을 앞두고 여론악화를 의식한 한나라당의 지도부 마저 청와대에 정치적 결단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곤혹감도 더 커졌다. 각료 내정자를 추가로 교체하자니 정치적 타격과 함께 상당기간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밀고 나가자니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을 의식한 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여론에 무작정 떠밀릴 수도 없고…”라며 말을 흐렸다.
청와대는 일단 이날 오전 류우익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결론은 ‘청문회를 지켜본다’는 기존의 입장에 머물렀다. 청와대 정무 수석실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고(go)다”라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도 회의 직후 “(야당의) 청문회 보이콧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청문회는 당사자가 자격이 있는지 모든 걸 검증을 하는 자리이니 본인의 해명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대신 청와대는 류 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이 여의도로 달려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 천영세 민노당 대표 등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일단 설득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숨 고르기를 한 것.
청와대는 일단 청문회까지는 밀어붙이지만 이후 정치권과 여론의 흐름이 좋지 않을 경우 즉시 다음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때처럼 강경하게 밀어붙이기는 힘들다”며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이번 사안에 대해 탄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청문회 이후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길게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대로 계속 버틸 수 있겠느냐” “상처만 깊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결국 추가 낙마 인사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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