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승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연기해 달라는 통합민주당 요청을 힘이 없어 거부하지 못한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횡포에 또 한번 당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임시국회 마지막날이어서 민생법안과 함께 임명동의안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한다는 것이 여야 간에 형성된 공감대라고 생각해 안건처리 순서를 바꿔 다른 법안을 먼저 통과시켜 줬는데 뒤늦게 민주당이 '임명동의안 연기' 카드를 던져 놓곤 의사당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소속 의원들에 대한 표 단속은 물론, 야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 설득에도 전력을 쏟느라 진이 빠진 한나라당 지도부는 완전히 맥이 풀린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서 임명동의안 처리를 기다리다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표결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허탈해 하며 뿔뿔이 지역구로 돌아갔다. 밤 11시 긴급 소집된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향후 대책 논의와 함께 민주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회의 브리핑에서 "29일 처리한다는 민주당의 잠정 입장에 대해 '과연 처리해주겠냐''계속 지연해 총선에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총리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과도한 발목잡기다. 새 정부가 일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자 엄청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다"며 "취임일부터 국무회의를 20∼30일 간 못 열면 국민이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어 오후 3시 무렵, 민주당이 오후 의총에서 '자유투표' 당론을 정해 본회의 표결에 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다 저녁 8시 민주당이 의총을 재차 열어 당론을 결정키로 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에게 국회 본회의장 주변 대기령을 내린 뒤 외부 저녁 식사도 모두 취소하게 하고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토록 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저작권자>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