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에서 우울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역사상 최악” “과거보다 심각” 등 경고의 강도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새 정부 출범 기대감에 들떠있는 우리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으로 몰려오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세계적 헤지펀드 투자자 짐 로저스 등이 동시에 쏟아 낸 경고는 지금 세계 경제가 넘어야 할 파고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 그린스펀, "미 경제 침체 시 과거보다 심각"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 경제가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5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과거 두 차례 침체 때보다 그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금융 분야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번 경기 침체가 과거 두 차례의 경미한 침체보다 깊다고 해도 놀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이라크 전쟁(1991년)과 닷컴 붕괴(2001년) 등으로 경기 침체를 겪은 바 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은 지속될 것이고 주택시장 침체는 소비 지출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 유가 역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향후 5~10년간 민간 부문의 유로화 보유가 달러화를 넘어설 가능성을 예상했다.
■ 스트로스 칸, "성장률 전망 추가 하향할 수도"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초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에 제시했던 4.4%보다 0.3%포인트 낮은 4.1%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이 전망치마저 달성이 어렵다는 경고가 나왔다.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이날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서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추가로 드러나게 되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4.1%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많이 드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에서는 부실이 계속 드러나는 중이기 때문에 부실 규모를 알기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 경제국들은 올해도 빠른 성장을 지속하겠지만 선진국 경제 하강에 따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선진국 경제와 차별화(디커플링)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로저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 올 수도"
조지 소로스와 함께 1969년 퀀텀펀드를 설립하는 등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로저스는 최근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해 왔다. 로저스는 이날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으며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특히 “주택과 자동차 부문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로저스는 미국 중앙은행의 잇단 금리 인하에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이 1990년 초 거품 경제 붕괴 전의 일본과 똑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며 “일본은 18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이 같은 실수를 지속하는 한 침체는 장기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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