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튿날권고적 반대→ 자유투표→ 의총연기역풍 우려한 손학규, 인준 협조 시사에 강경파 반발 등 격론
통합민주당은 26일 한승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방향을 두고 하루 종일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하루 전 한 후보자 인준에 대한 권고적 부결 당론 입장이 이날 오전 자유투표를 통한 인준 협조 쪽으로 바뀌었고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또다시 강경론이 부상하면서 이마저 뒤집혔다. 결국 이날 밤 늦게까지 민주당 입장 결정을 기다리느라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은 25일 밤까지만 해도 한 후보자 인준 문제에 대해 권고적 반대 당론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 당론은 사실상 의원들의 자유투표를 허용한다는 뜻이었다.
새 정부 발목 잡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한 후보자의 흠결을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 문제로 부각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입장이 뒤집혔다. 손학규 공동대표가 “의원 각자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권위를 지키며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사실상 자유투표 방침을 내비친 것.
손 대표는 한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총리로는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나라가 잘 되는 것은 정당, 정파와 상관 없이 기원해야 할 일이고 어떻게 하든 돕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곤혹스러운 입장을 토로했다. 반대 당론 채택으로 총리 인준을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모습으로 비춰져 역풍을 맞을까 우려한 것이다.
원내 핵심 당직자도 “반대 당론을 정해도 관철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부결시키지 못하면 우리가 오히려 휘청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인준 표결 특성상 총선을 의식한 일부 의원의 이탈표가 나오면 낭패라는 말이다.
이런 당 지도부의 기류도 오후 1시30분 의원총회가 시작되면서 또 한 번 바뀌었다. 1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된 의총에서는 11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섰고 자유투표 실시, 반대 당론 채택, 인준 연기 등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 가운데 “한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쉽게 인준해 줘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이 주류를 이뤘고, 결국 격론 끝에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일단 오후 8시로 의총을 연기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한 후보자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장관 후보자들의 흠결에 가린 만큼 철저히 따져야 한다” “장관 제청권자인 한 후보자가 현재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표결을 연기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제기해 지도부가 곤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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