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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영화' 밉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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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영화' 밉보였나

입력
2008.02.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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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을 독촉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감수성에 거스르는 것일까.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마지막 선물> , <어린왕자> 등 ‘착한 영화’들이 줄줄이 참혹한 흥행의 고배를 마셨다. 28일 개봉하는 차태현 주연의 <바보> 가 정신지체인의 순애보를 앞세워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를 슈퍼맨이라 믿으며 ‘선행을 일삼는’ 엉뚱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는 <말아톤> 의 정윤철 감독이 황정민과 전지현이라는 톱스타를 기용해 만든 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한 달간 56만여명의 관객이 드는 데 그쳤다.

신현준과 허준호가 낳은 정과 키운 정을 놓고 애끓는 부성애를 보여주는 <마지막 선물-귀휴> 도 같은 기간 27만2,000명을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장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건 <어린왕자> . 코믹 이미지가 강한 탁재훈이 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은 상처 많은 아버지로 변신, 눈물샘 자극에 도전했지만 7만8,000여명만 찾았을 뿐이다.

지난해 개봉한 차승원 주연의 <아들> 과 하명중 감독의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국민영화’ <집으로> (2002)와 <말아톤> (2005)이 보여준 감동적 휴먼스토리는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도대체 왜일까?

영화평론가인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착한 영화라고 했을 때 관건은 생활을 어떻게 그리느냐인데 이들 영화는 생활 속에서 사건을 건져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부의 진실성을 구축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게 이 영화들의 한결 같은 문제점. 대책 없이 선량한 주인공들은 ‘생활’따윈 아랑곳없이 동이 닿지 않는 언행을 남발하고, 4차원의 ‘딴나라’ 사람들처럼 인간애와 희생의 당위만 외쳐댄다.

<집으로> 는 거리에서 소를 만나는 게 엄청난 사건이 되는 심심한 시골을 배경으로 시골생활이 뭔지를 관객에게 설득했고, <말아톤> 도 자폐증 주인공의 홀로서기와 그 가족들의 애환을 병치시키며 리얼리티를 부각했다.

하지만 요즘 휴머니즘 영화들에선 허름한 옷차림과 지저분한 분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생활냄새가 나지 않는다. 덕분에 관객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는, 휴먼 없는 휴머니즘 영화가 된 것.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해진 신자유주의의 각박한 세태도 이들 영화를 곱게 보지 못하게 만든다. 김 교수는 “세상이 점점 냉소적으로 흐르며 이상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됐다”며 “전반적으로 나부터 잘 먹고 잘 살자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이런 영화들이 전보다 덜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시대에도 순수함이나 바보스러움에 대한 향수는 늘 있다”며 “뛰어난 완성도만 갖춘다면 시대가 아무리 각박해도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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