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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하늘로 돌아간 볼쇼이의 성녀 베스메르트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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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하늘로 돌아간 볼쇼이의 성녀 베스메르트노바

입력
2008.02.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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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볼쇼이 발레를 빛낸 최고의 발레리나로는 1950년대의 갈리나 울라노바, 1960년대의 마야 플리세츠카야, 그리고 1970년대의 예카테리나 막시모바와 나탈리아 베스메르트노바가 꼽힌다. 이중 베스메르트노바가 지난 19일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67세의 많지 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볼쇼이의 상징적 명작 <스파르타쿠스> 와 <이반 뇌제> 를 통해 발레리나의 고전적 이미지인 ‘요정’과는 전혀 다른 비극적 캐릭터를 창조한 주인공이었다. <스파르타쿠스> 에서 아름다운 다리를 완전히 드러낸 차림으로도 에로틱한 느낌보다 구원의 여인, 심지어 성모 마리아처럼 보였던 이가 베스메르트노바였다.

베스메르트노바는 1964년부터 30년 넘게 볼쇼이 발레를 지배한 14년 연상의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와 부부의 연을 맺었으므로 볼쇼이의 스타라기보다는 그리가로비치의 뮤즈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스크바 발레학교를 개교 이래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고, 그리가로비치가 부임하기 전에도 <지젤> 에서 전설적인 발레리나 올가 스페시프체바의 재래라는 말을 들었으니 남편 덕에 출세한 것은 아니다.

54세까지 볼쇼이에서 주역을 맡았던 불세출의 스타였음에도 베스메르트노바는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었고 항상 남편의 뒤에 조용히 머문 동양적 성품의 여인이었다.

2001년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 <스파르타쿠스> 를 공연했을 때는 남편과 함께 내한해서 주역들을 지도했는데, 당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최태지 단장과 김주원, 김지영은 무용수가 힘들어하면 같이 눈물을 흘리던, 마치 엄마가 딸을 대하듯 단원들을 돌본 천사 같은 심성의 소유자로 베스메르트노바를 기억한다.

얼마 전까지도 그의 남편 그리가로비치는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 국립발레단이 4월에 공연할 자신의 <로미오와 줄리엣> 을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아내가 아프다고 걱정하면서도 팔순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으로 연습에 임했던 그리가로비치는 수술 후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급히 출국했으나 마지막 병상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가로비치의 <로미오와 줄리엣> 은 1979년 초연 당시 베스메르트노바가 주역을 맡았던 작품이다. 본의 아니게 4월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은 추모 공연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를 기억하는 김주원과 김지영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춤으로 베스메르트노바가 연기했던 줄리엣의 슬픔을 관객과 공유하리라 믿는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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