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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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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

입력
2008.02.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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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학년 손들어 봐요. 지방 학생이어야 해.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두 명만 나오세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10여명이 무대로 뛰어 나갔다. 한석희(인천대인고 2년)군과 박혜영(부산동래여고 2년)양이 맨 먼저 무대로 오르자 다른 학생들은 아쉬운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마이크를 잡은 '과학콘서트'의 저자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지갑에서 1만원을 꺼내 한 군에게 주고 박 양과 나눠 갖도록 했다. 이른바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한 군이 각자 몫을 정해 제시하면 박 양은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다. 박 양이 거절하면 둘 다 한 푼도 가질 수 없다. 한 군 얼굴에 '얼마로 나눠야 할까'를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청중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정 교수는 "세계 곳곳에서 실시한 연구결과,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민족이나 부족일수록 협동이 잘 되고 소득분배가 공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동서양의 사고 방식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과학은 결코 '어렵거나, 따분하지'않았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이 25일 오후 전국 초ㆍ중ㆍ고교생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한국일보사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이 공동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한 이날 행사는 정 교수를 비롯,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신동원 KAIST 교수 등 쟁쟁한 '스타' 강사들이 바통을 이어나갔다.

올해 주제는 '동ㆍ서양의 과학문화'.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사고와 능력을 이해하고, 21세기 지식강국으로 가는 방법을 미래의 꿈나무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학문ㆍ분야의 벽을 허문다'는 개념인 '통섭(統攝ㆍConsilience)'을 주제로 "21세기 지식사회에서 '우물'을 깊게 파고 싶다면 넓게 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고교 국어 교과서에 글이 실린 최 교수에겐 강의 후 수십 명의 학생이 사인을 요구하며 몰려들었다. 신 교수는 '허 준의 해부도와 서양의 해부도 비교를 통한 동서양 인체관의 차이점'이라는 흥미로운 내용을 주제로 강의했다.

과학에 대한 청소년들의 열정은 눈발이 날리고 기온이 0도 안팎으로 떨어졌어도 식을 줄 몰랐다. 경북 영덕군에서는 교사 인솔 아래 30여명의 고교생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하는 등 전국 초ㆍ중ㆍ고교 57곳의 학생이 모였다. 청주 대성고 2학년 최지수(18)양은 "비록 문과반에 있지만 '진리에는 경계가 없다'는 최 교수의 말을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26일에는 임종태 서울대 화학부 교수의 '동ㆍ서양 세계지도의 만남'과 남문현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의 '장영실과 디지털시대의 과학문화'강연이 이어지고 이 행사의 백미인 퀴즈대회가 열린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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