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지도자에게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참모들이 곁에 있다.
25일 취임선서를 한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참모들의 정치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이 대통령의 주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모 행세를 하고 다녔다.
이들은 이 대통령을 국가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제법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사람은 신문에 난 이 대통령에 대한 사소한 기사 한 줄을 고치기 위해 밤새 전화통을 붙들며 기자들과 씨름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전국을 누비며 촘촘한 그물망식 MB네트웍을 만들었다.
이들의 땀과 정성을 바탕으로 이 대통령은 청와대 티켓을 손에 쥐었고, 25일 결국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개국공신 격인 이 대통령의 참모들은 주군이 잘 풀렸으니 이제는 내 차례라는 듯 거리낌없이 자신의 미래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총선을 앞두고 금배지의 꿈에 부풀었다.
전국을 땅따먹기 하듯 만만한 지역구를 골라잡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인수위에선 언론에 얼굴을 내밀기 위해 총선 출마 예정자들간에 ‘마이크 잡기’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기보장도 안되는데 부지런한 대통령 곁에서 새벽별 보며 고생하기 보다는 최소 4년의 권력이 보장되는 금배지가 훨씬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국회에 진출해 MB의 전사(戰士)가 되겠다’는 명분과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으니 말이다.
일부 참모들은 MB가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자고 손을 내밀어도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언론인 출신의 한 참모는 요직 중 요직인 청와대 수석 자리를 사양했다. 자신이 몸 담았던 언론사의 사장직을 가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자신의 인사를 자신이 발령 내는 모양새이다. 이런 사람이 꽤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지리멸렬하게 진행됐던 대통령실 인선은 더욱 진통을 겪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후 두 달간 보여진 측근들의 행태를 너그럽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정상이 아니다. 그들은 이 대통령과 정치철학을 공유하며 새로운 국가 건설을 꿈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욕을 위해 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물론 정치 생리상 참모들에 대한 보상은 일견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절제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입에서 “내 곁에 사람이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따지고 보면 MB의 공신들은 김영삼ㆍ김대중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상도동계나 동교동계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오랜 기간 폭압과 역정을 뚫고 모진 고문을 감내하면서까지 주군을 지킨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는 군신관계이기 보다는 동지관계이다. 정치적 지분이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참모그룹은 정권교체를 위해 급조된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만났거나 대선을 앞두고 모인 사람들이다. 길어야 3~4년이고 짧게는 3~4개월의 인연이다.
MB와의 인연과 작은 공헌을 앞세워 개인적 명리를 탐하는 사람들이 이 정권에서 득세한다면 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 대통령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할 참모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것이 이번 인선이 주는 교훈이다.
이태희 정치부 차장대우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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