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Multi-polar) 시대’에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현지화에 성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연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다극화 세계’라는 주제로 세계 지식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디에고 비스콘티 액센츄어인터내셔널 회장이 지난 주말 한국을 방문했다. 액센츄어는 세계적인 경영전략컨설팅 회사다.
그가 주장하는‘다극화 세계’란 선진국의 독주가 끝나고 개발도상국 등 신흥 시장의 도약이 두드러지는 세상을 의미한다. 웅크렸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동유럽, 중남미의 신흥 시장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글로벌 경제의 지형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얘기다.
비스콘티 회장은 다극화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이상적인 국가로 한국 사례를 꼽았다. ‘다극화 시대의 새로운 챔피언’으로 주목 받는 삼성과 LG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환경의 다변화에 맞춰 조직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장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비스콘티 회장은 우선“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더불어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리더십이란 향후 10년 뒤 소비자 패턴을 정확히 예상하고 재빨리 혁신을 도모하며 뛰어난 인재를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전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이 발휘돼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다”며 “다극화된 세계에서는 자본과 인재, 소비자, 혁신적 아이디어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스콘티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4가지 도전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인재와 자본,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고 첫 과제를 설명했다. 그는“적재적소의 인재부족을 해결하려면 인재 소싱과 개발 및 유지를 위해 ‘고용주 브랜드’구축이 필요하다”며 “자본의 경우 국부 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신흥시장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서바이벌 전략’의 모색도 지적했다. 그는 “이웃국가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의 기업과 부딪쳐야 하며 결국 최대의 도전세력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그는 “역내 국가들의 규제와 정책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은 무역자유가 개방된 시장이지만 에너지 등 선진국이 주도해온 전략산업의 경우 시장 진입에 대한 저항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보호주의 정책에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다극화 세계에서 시장확보를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와 세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스콘티 회장은 “기업의 핵심적 가치를 확고히 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의 인재들을 통합시키고 이끌어나갈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삼성이 인도에서 전통의상 사리를 빨 수 있는 세탁기를 팔아 현지화에 성공했듯이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재빨리 파악해야 그에 맞는 기술도 앞서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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