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못 보는 고객의 니즈를 찾아라.’
LG전자를 한국의 대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는 남용 부회장의 주문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꿰뚫는 ‘인사이트 마케팅’(Insight Marketing)만이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휴대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을 연령과 지역, 계층별로 나눠 휴대폰을 각각 다르게 사용하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일부 전략폰에만 적용하던 인사이트 전략을 올해부터는 전 제품의 개발과정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모든 휴대폰을 디자인과 기능, 중저가 등 3가지 제품군으로 나눴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과 고객을 조합, ▦최상위 디자인 추구형 ▦최상위 기능 추구형 ▦유행 선도 디자인 추구형 ▦유행 선도 기능 추구형으로 소비자 층을 분류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전략기획팀 산하에 인사이트 마케팅 그룹을 신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브라질 인도 중국 등 20개국 1만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20여 개의 유형별 소비자 층을 기반으로 유럽, 북미 등 지역별 시장과 소비자 특성을 감안해 고객층을 세분화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차별적인 디자인 제품을 계속 선보임으로써 휴대폰 업계 최고 패션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카메라, 터치스크린, 인터넷 등 시장의 핵심 테마별 기능으로 승부하며 ▦중ㆍ저가 제품군에서는 독특한 디자인과 제품군 내 최첨단 기능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인사이트 전략이 적용된 주요 모델들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인 ‘뷰티폰’은 최근 일일 판매량 1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2007년 3월 공개된 ‘프라다폰’도 70만대가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히트모델로 올라섰다. LG 휴대폰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인 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초콜릿폰’(2005년 11월 출시)은 지금까지 1,550만대의 누적 판매량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2,00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LG전자는 인사이트 전략을 앞세워 올해 ‘휴대폰 판매대수 1억대 클럽 가입’, ’영업이익 1조원 시대 개막‘, ‘매출액 12조5,000억원 돌파’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방침이다. 이는 모두 전년대비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안승권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장은 “철저한 고객 인사이트 분석 작업을 통해 향후 ‘카메라폰은 LG’, ‘인터넷폰은 LG’라는 식의 공식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고객 개개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모델로 세계 휴대폰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MC 전략기획팀장 마창민 상무 "고객의 잠재된 욕구 찾는 게 마케팅 핵심"
“고객 가치를 찾으면 가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LG전자 MC전략기획팀장 마창민(40ㆍ사진) 상무의 주 관심사는 신모델 디자인이나 제품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를 읽어내는 것이다.
“입을 열지 않는 고객들의 욕구를 찾아 제품에 반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사이트 마케팅 전략의 핵심입니다. 고객들이 LG 휴대폰을 보고 ‘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일 때 비로소 미래의 주요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LG 휴대폰의 인사이트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마 상무는 고객 가치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전했다.
예컨대 ‘휴대폰을 자주 떨어뜨린다’ ‘주머니에 넣으면 볼록해져서 싫다’라는 등의 고객 정보도 초기 생산라인에서부터 반영된다. 마 상무는 “휴대폰을 자신의 신분처럼 여기는 고객들은 통화시간보다 휴대하는 시간이 더 많다”며 “이런 고객 가치는 생산과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LG 휴대폰의 전 공정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인사이트 전략은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만들어진다. 글로벌 현지에 직접 나가 제품 경쟁력을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블로그나 웹사이트 등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모든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마켓 리서치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 상무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과 고객 반응 모니터링 등 모든 과정에서 인사이트 전략은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해를 인사이트 전략이 정착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마 상무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철저한 고객 세분화를 통해 각각의 제품군과 고객군을 조합, 소비자가 원하는 특화 전략 모델만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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