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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마침내…코엔형제, 오스카 접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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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마침내…코엔형제, 오스카 접수하다

입력
2008.02.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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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가 마침내 아카데미의 정상에 우뚝 섰다.

24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여든 번째 아카데미 시상식장은 코엔 형제를 위한 무대였다. 작품상ㆍ감독상ㆍ각색상ㆍ남우조연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가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 돌아갔다.

평단의 극찬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이 영화가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코엔 형제는 이른바 ‘아카데미 취향’과는 대척점에 선 감독이기 때문이다.

코엔 형제는 할리우드의 주류에서 한 발짝 벗어난 감독이다. 칸영화제에서 1991년(바톤핑크)과 96년(파고), 2001년(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세 차례 감독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는 형제와 인연이 적었다.

97년 <파고> 로 각본상을 받은 것이 유일한 오스카 트로피. 미국 안팎의 여러 영화제에서 60번이 넘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아카데미가 형제를 얼마나 푸대접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이유는 형제의 영화가 할리우드의 통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드보일드 서사 구조와 누아르 스타일에 모더니즘 수사학을 접목시키거나(분노의 저격자),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스타일(바톤 핑크), 블랙유머와 미국 중산층의 양면성을 노출시키는(파고) 영화어법은 아카데미를 늘 불편케 했다.

휴머니즘이 강조된 백인 중상층의 이데올로기, 실화와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스펙터클한 비주얼에 집착하는 아카데미의 보수적 시각에서 형제는 한참 벗어나 있었다.

<노인을…> 도 형제의 작가주의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작품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코맥 맥커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건조한 사막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욕심과 집념을 징그럽게 표현했다.

물기를 제거한 과묵한 어법으로 인간성의 불가해성을 예리하게 파고 든다. 많은 평론가는 이 작품을 <파고> 를 뛰어 넘는 형제의 대표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작품에 오스카 트로피를 몰아 준 것이, 아카데미의 본격적인 취향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올해 수상작과 후보작의 명단은 일정한 방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노인을…> 과 함께 8개 부문의 후보로 올라 경쟁을 편 <데어 윌 비 블러드> 도 아카데미의 관습에 비춰 볼 때 이질적인 작품이다. 함께 작품상 후보로 오른 <어톤먼트> <마이클 클레이튼> 도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와 비교했을 때 묵직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주노> 는 아예 비상업영화의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덴젤 워싱턴에 남우주연상을 줬을 때부터 사실 아카데미는 보수성을 탈피하고 있었다”며 “싸이코패스를 내세운 영화, 전쟁과 폭력을 소재로 삼은 영화 등이 계속 후보작으로 오르고 있는 것은 이미 아카데미가 변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엔 형제

조엘 코엔(54)과 에단 코엔(51). 미네소타의 대학교수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형은 뉴욕대에서 영화를, 동생은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980년대 초부터 함께 영화 작업을 했으며, 84년 <분노의 저격자> 가 호평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흔히 형 조엘이 감독, 동생 에단이 제작을 맡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형제는 항상 공동 연출을 해 왔다. 공동 감독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 감독조합의 방침 때문에 영화의 크레딧에 이름을 따로 올렸던 것 뿐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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