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울먹울먹 하면서 장관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소회다.
본인은 억하심정이 많은 모양인데 사퇴의 변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동산 투기를 하지도 않았고, 일생을 바르게 살았으며, 국민을 위해 일해 왔지만 새 정부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난다.” 음해와 헛소문이 멀쩡한 장관 내정자를 날렸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지 아닌지 국회 청문회를 열 기회마저 날아갔으니 알 수 없다. 이렇게 자진 사퇴 내지 교체 대상이 될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 권위주의 시대 이후 내각을 임명할 때마다 보아온 현상이지만, 이명박 대통령 초대 내각ㆍ비서진 인사의 경우는 특히 심한 것 같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농지를 샀다는 엉뚱한 인사에서부터 남의 논문과 똑같은 문장이 아무리 많아도 “방법론이 다르면 다른 논문”이라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까지 변명의 행태도 가지가지다.
총리ㆍ장관 후보자의 38.5%가 군대를 안 갔다니 몸에 그리 문제가 많아서야 격무인 국무위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참고로 어지간한 일을 하는 보통 사람도 평균 병역 면제율은 6.4%에 불과하다.
■ 궁금한 것은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수모를 감내하면서, 심지어 아내 자녀가 선택한 국적을 부랴부랴 포기시켜 가면서까지 왜 굳이 장관을 하려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름만 더럽힐 수도 있는 위태로운 선택인데…. 그래서 미래의 장관 지망자들께는 안전한 방법을 알려 주고 싶다.
우선 남자라면 군대는 총 못 들 지경 아니면 가라. 세금은 억울하더라도 빼먹지 말고 꼭 내라. 증여세 포함해서. 자녀의 교육이나 미래를 위한다며 주소지를 가짜로 옮기거나 외국 국적을 무리하게 얻어 주거나 공짜 월급 주지 말라. 부메랑 돼서 돌아온다.
■ 부동산과 주식 ‘투자’는 아무리 달콤한 유혹이 있어도 집 한 채에 월급이 전부인 가장한테 “이렇게 해서 돈 벌었노라”고 떳떳하게 말하기 어려울 것 같으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라. 지금까지 말한 정도에 기타 실정법 위반만 없다면 능력과 소신 이외의 문제로 망신 사거나 낙마할 일은 없다.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다면? 원래 자기 영역에서 영달을 추구하면 된다. 고위 공직이 아니라도 힘 있고 존경 받는 자리 널렸다. 그래도 공직이 천직으로 느껴진다면? 선출직을 노려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포함해 선출직은 그래도 아직 허술한 편이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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