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의 탄생 100주년이다. 프랑스 문화성은 2008년을 메시앙의 해로 선포했고, 유럽 곳곳에서 메시앙을 기념하는 콘서트와 대규모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향이 메시앙의 대표작 <투랑갈릴라 교향곡>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연주한다. 메시앙 스페셜리스트로 이름 높은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폴 김(미국 롱아일랜드 음대 교수), 전자 건반악기의 하나인 옹드 마르트노 연주자 다카시 하라다가 참여해 메시앙 음악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메시앙은 생전에 폴 김에 대해 “나의 음악을 살아있는 리듬과 화려한 음색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피아니스트”라고 평가한 바 있다. 투랑갈릴라>
세계 최초로 메시앙 피아노곡 전곡을 녹음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폴 김은 귀국 직후인 25일 “이번에는 특별히 한국 관객에게 메시앙의 음악 세계를 알리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투랑갈릴라 교향곡> 은 20세기 관현악곡 중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위대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낮은 수준의 연주로 들으면 괴상하고 어렵다고 오해하기 쉬워요. 메시앙과 깊은 교감을 나눴던 음악인들이 모였으니 좋은 연주가 될 겁니다.” 투랑갈릴라>
30여년간 메시앙을 연구하고 연주해온 폴 김은 메시앙에 대해 “유행이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오직 종교적 믿음과 자연의 소리에서 음악을 찾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진실한 음악은 자연에서 나오며, 새들의 소리가 가장 순수한 찬양이라고 하셨어요. 큰 아들 매튜(22)가 태어났을 때 사진을 보고 ‘어린 천사 같다’는 내용의 축하 편지를 보내주실 만큼 자상한 분이기도 했죠.”
산스크리트어인 투랑갈릴라는 시간, 움직임, 리듬을 의미하는 ‘투랑가’와 창조와 파멸, 삶과 죽음의 혼연일체를 뜻하는 ‘릴라’의 합성어. 75분이 걸리는 10악장의 대작으로, 국내에서는 단 2번 연주된 게 전부일 만큼 낯설다. 폴 김은 이 작품을 “평화로움, 섬세함, 두려움, 넘치는 기쁨 등 모든 인간 감정의 스펙트럼”이라고 요약했다. “너무나 신비롭고 새롭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큰 충격일 겁니다. 저도 이 작품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강렬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폴 김은 지난해 세계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음반 사건 때 뜻하지 않게 이름이 오르내렸다. 영국 피아니스트 조이스 핫토가 내놓아 극찬을 받았던 음반이 다른 연주자들의 음반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여기에 폴 김이 연주한 메시앙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이 포함돼있었던 것. 아기예수를>
폴 김은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메시앙의 음악이 관심을 모았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폴 김은 메시앙 탄생일인 12월 10일 뉴욕에서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를 연주하는 등 올해 메시앙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한다. 공연 문의 (02) 3700-6300 세상의>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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