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은 25일 오전 5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축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함께 가요_국민성공시대’라는 슬로건 속에 ‘섬기는 정부’ ‘실용 정부’라는 이 대통령 의지를 반영해 행사도 검소하게 진행됐다.
■ 길어진 취임사, 박수 40차례
이 대통령 내외는 10시52분 대통령 전용 차량으로 국회 정문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현충원에서 입었던 양복을 그대로 착용했고, 김윤옥 여사는 참배 뒤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이 대통령 내외가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단상을 향해 200m 가량 걸어가는 동안 청와대 류우익 비서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한덕수 국무총리,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이 대통령을 뒤따랐다.
오전 11시 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팡파르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면서 역사적인 공식 취임식이 시작됐다. 식은 국민의례, 취임선서, 군악대 행진과 의장대 사열 순으로 진행됐고, 이어 이 대통령이 ‘이명박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예포 21발 소리를 뒤로 한 채 연단에 섰다.
예정보다 11분이나 길어진 36분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입ㆍ퇴장 때를 포함해 모두 40차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 때는 박수가 22차례 나왔다. 총 8,700여자로 된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대한민국’으로 모두 17번 쓰였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선진’과 ‘경제’는 각각 15번, 11번 언급됐다.
■ 섬기는 정부, 격식도 파괴
격식 파괴도 많았다. “국민과 함께 하는 취임식을 하고 싶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연단은 5년 전보다 1m 낮아졌고, 일(一)자 형이 아닌 티(T)자 형으로 만들어졌다. 국회의사당 정면에 내걸린 취임식 엠블렘도 권위를 상징하는 봉황이 아닌, 태평소와 북을 모티브로 한 ‘태평고(太平鼓)’로 바뀌었다. 태평고는 대한민국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희망의 울림이 미래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국회를 나서기 전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느라 일정을 20분 가까이 지체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호원들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 전직 대통령들도 한자리에
취임식 단상에는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4명의 전직 대통령도 나란히 자리를 함께 했다. 또 한번 평화적 정권 교체의 상징적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10시58분께 중앙 단상에 올라 활짝 웃는 모습으로 전직 대통령들과 악수를 했고, 전직 대통령들도 밝은 표정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취임식 전 각각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감회도 표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지원하기도 했으니까”라고 덕담을 했다.
전 전 대통령도 “국정을 잘 이끌어갈 것을 기대하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혁 간에 평화적 정권 교체 속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한다. 안으로는 중소기업과 서민층을 보살피고 밖으로는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다소 결이 다른 덕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했다. 취임사에 앞서 이 대통령은 “5년 간 고생한 노 대통령에 박수를 한번 보내 달라”고 말해 박수를 유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노 전 대통령 내외가 승용차에 탑승해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떠나는 것을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 ‘시화연풍(時和年豊)’ 문화행사
공식 취임식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시화연풍(해마다 풍년이 들고 나라가 태평하다)’이라는 주제의 식전 행사가 열렸다. 식전 행사는 ‘전국민의 희망을 모아’ ‘대한민국 비전을 세우며’ ‘새로운 미래를 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라는 소주제에 따라 4부에 걸쳐 진행됐다.
식전 행사에선 풍년을 비는 북춤인 풍고(豊鼓) 공연과 소리꾼 장사익씨와 국악연합합창단의 <풍년가> 합창, 사물놀이패와 비보이들이 어우러진 춤판 <천지울음> , 대중가수 김장훈씨의 <우리 기쁜날> 열창 등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우리> 천지울음> 풍년가>
■ 다양한 참석자
이날 취임식에는 빅토르 주프코프 러시아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부부,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등이 많은 외교사절이 참석했다. 또 200억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한 송명근 건국대 의대 교수, 서해교전 부상자 이희완 대위와 사망자 유가족, 스포츠 스타 박태환 김연아 등도 자리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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