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은 좌절됐지만 한국 탁구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겠다."
'수비 달인' 주세혁(12위ㆍ삼성생명)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24일 중국 광저우에서 개막한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 출전에 앞서 가진 국제 통화에서 그는 다소 의욕을 상실한 듯 보였다. 일생 일대의 목표였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탓이다.
주세혁은 지난 10일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올림픽 아시아대표 선발전에서 윤재영(62위ㆍ상무)에 뒤져 탈락했다.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유승민(8위ㆍ삼성생명)과 오상은(9위ㆍKT&G)에 이어 세계랭킹이 가장 높아 선발이 유력했던 주세혁이었기에 허탈감은 컸다.
당초 탁구협회는 올림픽 단체전 시드 배정에 유리한 주세혁을 내부적으로 추천 선수로 정했다. 하지만 국내 선발전을 통해 뽑아야 한다는 실업팀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선발전 일정을 불과 5일 앞두고 발표한 '졸속행정'도 여기서 나왔다.
주세혁은 "선발전 일정이 너무 갑작스럽게 나와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국익을 위해서보다는 자기 소속팀 위주로 싸움을 벌이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라를 먼저 생각했다면 팀들이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야 했다"고 분열된 탁구계에 쓴소리를 했다. 탁구계의 '밥 그릇 챙기기'에 주세혁 등 선수들에게 피해가 돌아간 건 물론, 올림픽 단체전에서의 메달 획득 가능성도 불투명해진 셈이다. 한국 남자단체전은 주세혁의 탈락으로 2번 시드를 받지 못하게 됐다.
올림픽의 꿈이 좌절됐지만 주세혁은 광저우에서 열리는 세계단체전선수권대회에 대한 의욕만큼은 잃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 출전을 떠나 이번 대회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둬 침체된 탁구계를 일으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주세혁은 "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가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당시는 쉬운 상대를 거치고 결승까지 갔다. 이번에는 꼭 독일과 같은 유럽의 강팀을 이기고 중국과 결승전에서 붙고 싶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한편 24일 열린 대회 첫날 경기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폴란드를 3-1로 누르고 B조 예선 첫 승을 거뒀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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