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 문학동네이문구의 입담, 해학, 풍자 그 풍요로운 우리말의 두멍
2003년 2월 25일 소설가 이문구가 별세했다. 62세였다. 그날 밤 그의 부음을 듣고 신문사로 도로 달려들어와 기사를 확인하고 나가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이 벌써 그의 5주기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2000)는 그의 마지막 소설집이다. 그 제목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기라도 했을까, 그는 이 책을 내고 얼마 후 위암 수술을 받고 투병하다 세상을 떴다. 내>
원래 이 제목은 김명인의 시 ‘의자’의 한 구절이다. 이 소설집이 나오고 이문구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말했었다. “그 시 구절이 너무 내 가슴을 쳐서 그 구절로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우리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드러낸 것 아닌가.” 이문구는 그 말대로 우리 전통 농촌에 대한 향수를 황폐한 현실과 대비시킨 <관촌수필> (1977), 산업화에 떠밀리는 농민들을 그린 <우리동네> (1981)에 이어, 1990년대 이후 ‘아엠에푸(IMF)’ 시대의 한국 농촌, 그의 표현으로는 ‘인간의 얼굴을 한 동네가 아니’게 된 그 현장과 농민들의 고달픈 삶을 이 소설집에서 보여줬다. 우리동네> 관촌수필>
그리고 그런 주제를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문체, 생존시에 이미 <이문구 소설어 사전> 이 따로 나왔을 정도로 풍성한 토속어와 사투리와 입말과 하나로 합치시킨 언어미학이야말로 이문구 문학의 진정한 성취다. ‘그래라. 누가 말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가는 데까지 가보자 이거여’ ‘소남풍(少男風)에 개밥그릇 굴러다니는 소리’ ‘한국놈덜은 지겟다리 자손두 동네 이장만 되면 금방내 관청 편이 된다는 거’ ‘허기사 인정 많은 년 속곳 마를 날 없기지’… 이문구의 입담은 읽는 이에게 질긴 생명력을 되살려준다. 그렇게 더없이 풍요로운 우리말에 실어 그가 창조한 촌스럽지만 줏대있는 농촌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잊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이문구>
이문구의 언어와 해학, 풍자가 없는 한국문학은 어째 적막강산 같다. 그만큼 그의 빈 자리는 크게 느껴진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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