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故김훈 중위 의문사 10주기/ '자살-타살' 아직도 오리무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故김훈 중위 의문사 10주기/ '자살-타살' 아직도 오리무중

입력
2008.02.25 01:10
0 0

1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둔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241GP 3번 벙커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판문점 경비대대 소대장 고(故) 김 훈 중위(당시 25세ㆍ육사52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김 중위가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총이 같은 소대 한 사병의 것임이 유족에 의해 뒤늦게 밝혀지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지만 김 중위의 유골은 영면을 하지 못한 채 경기 벽제 군병원 내 차가운 창고에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23일 천주교인권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대학생연합회에서 열린 추모 미사에 참석한 유족과 육사 동기생들도 슬픔을 억누르며 진실 규명을 다짐했다. 김 중위는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이 요한비안네였다.

이날 추모 미사는 진병섭(광주교구) 신부가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는 성경(루카복음 12장2절) 구절을 읽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머니 신선범 씨는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는 분들이 더 많으니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이 땅에서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는 게 엄마의 소망”이라고 흐느꼈다.

소령이 된 육사 동기생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추모사에서 “10년 동안 널 그리워했지만 널 위해 해 준 것이 하나도 없어 너무 부끄럽다”며 “너는 벽제에서 우리는 현실에서 고통을 겪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따뜻한 봄날이 오리라 확신한다”고 울먹였다.

김 중위 사건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6년 12월 11일 “원점에서의 재조사”를 결정한 뒤 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법원도 2006년 12월 7일 유족들이 “군이 진실을 은폐 왜곡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현장 조사와 보존을 소홀히 하고 소대원 알리바이 조사도 상당한 기간 뒤 형식적으로 하는 등 수사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하자 있는 초동 수사였던 만큼 국가는 유족들에게 1,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진상 규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의문사위가 올 12월 31일 활동이 끝나는 데다 김 중위 사건은 겨우 조사관 1명이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군의문사위 관계자는 “김 중위 부대의 상황 일지도 없고, 사건 현장에 가보는데 2달이나 걸렸다”며“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 척(64) 예비역 육군 중장은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제는 밝혀지리라는 희망을 안고 지낸다”며 “군의문사위도 어려운 여건이겠지만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