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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그린에 봄바람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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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그린에 봄바람 솔솔

입력
2008.02.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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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퇴장이 몰락한 쿠바 골프에 봄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카스트로 의장이 1962년 체 게바라와의 골프 대결에서 패한 뒤 쿠바 골프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며 당시 두 사람의 골프 비화를 소개했다.

카스트로의 개인 서기였던 로렌조 푸엔테스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인 62년 게바라와 아바나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 게임을 가졌다. 이들의 골프 게임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카스트로는 푸엔테스에게 다음 날 신문 제목이 ‘카스트로, 케네디 대통령에게 친선 골프게임 제안’이라고 나오게 글을 쓰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지는 것을 싫어했던 두 사람 사이에 경쟁심이 발동했고, 결국 게임은 혁명가가 되기 전 아르헨티나에서 골프 캐디를 했던 게바라의 승리로 끝났다. 카스트로가 졌다는 기사를 신문에 실은 푸엔테스는 이튿날 해고된 뒤 정권과 갈등을 겪다 결국 미국 마이애미로 이주했다.

이 일화는 쿠바의 골프에도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카스트로는 아바나에 있던 골프장 한 곳은 군사학교로, 다른 하나는 예술학교로 바꿔버렸다. 카스트로는 권투나 야구, 배구, 육상 등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했지만, 돈과 미국 제국주의 냄새가 나는 골프에는 전혀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 아바나에는 9홀짜리 골프장 하나만 남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스트로의 퇴진 후 골프산업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쿠바 골프산업의 육성을 추진하는 사람은 바로 카스트로를 승계할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이라고 전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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