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은 소위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회사원들과 가사일을 벗어나 부업에 나서려는 주부들, 그리고 취업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업에 나선 젊은이들까지 창업은 인생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 중 성공에 이르는 이는 많지 않다. 훌륭한 시스템(프렌차이즈 가맹점)을 갖고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영업전략 부재로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본사 말만 믿고 덜컥 매장을 열어 놓고 ‘내 가게는 왜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고민하기보다는 성공한 가맹점주의 영업노하우를 익히는 게 실패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패를 성공의 밑천으로 성공한 3인의 가맹점주들이 공개하는 영업 비밀을 살펴봤다.
▦가맹 점주가 아니라 전문가가 되라
14년 전 크린토피아 올림픽점의 홍성현(56) 대리점주는 월 평균 1,000만원대의 매출에 400만~5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대리점 사장님이 됐다. 그는 창업보증금 300만원에 가맹비 250만원, 인테리어 비용 500만원, 전산 작업을 위한 기기 구입비 230만원 등 총 1,300만원의 소자본으로 창업했다. 전업주부들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 중의 하나인 세탁업이라 주저 없이 결정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난관에 봉착했다. 세탁 후 옷에 문제가 생겨 항의가 빗발쳤던 것. 라벨에 있는 세탁가능 표시가 잘못돼 옷을 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홍씨는 단순히 ‘사고’를 말로 변명하지 않고, 의류시험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전문가 뺨치는 노력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씨는 “섬유 전문가가 없는 의류회사에서는 판매 후 발생하는 세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무조건 드라이 클리닝 하라는 라벨을 붙이기도 한다”며 “쉽게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 소재별, 얼룩별 세탁 방법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영업 황금시간대를 찾아라
배달형 치킨전문점 ‘킨더홈’의 오금점 서동원(39) 점주는 1994년부터 4년간 인천에서 배달형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장사가 잘돼 점포를 양도한 아픔이 있다. 그리고 2007년 3월 배달형 치킨전문점에 재도전해 월매출 1,800만원에 이르는 성공 창업자가 됐다.
성공의 비결은 자기만의 영업 황금시간대를 만든 것이다. 서씨가는 매장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로 다른 치킨집과 비슷하지만 문을 닫는 시간은 새벽 3시로 4시간 정도 늦다. 배달전문점의 장점을 살려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다. 서씨내 치킨은 보쌈 족발 등 일반적인 야식 메뉴와는 색다른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서씨는 “배달업종은 상권 내 고객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며 “치킨점 간의 경쟁이 없는 야간시간대에 영업력을 집중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수퍼바이저와 친하게 지내면서 성공 점포의 노하우를 익히고 매장에 적용시켜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장 위치보다 고객 위치가 더 중요
2005년 삼겹살 전문점 ‘떡쌈시대’ 홍대점을 오픈한 박익순(39) 사장. 초보 창업자였던 그는 4년만에 일 평균 매출이 200만원에 이르는 가맹점의 사장님이 됐다. 매장 위치는 서울 홍익대 앞 공원 뒤편. 그는 대학가나 강남을 돌아다녔으나 점포를 못 구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입지 여건 탓에 초반에는 손님 수를 손으로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박씨는 지리적 한계를 ‘구전마케팅’전략으로 극복했다. 그는 “입지가 나쁘다고 한탄하기보다 맛과 서비스에 모든 것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그의 가게는 곧 홍대 인근의 대표적인 맛집으로 입에 오르내렸다. 이곳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 덕분에 일본 가이드 책자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직원도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 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박씨는 초보 창업자들에게 재료비 전표를 자주 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재료비는 계절이나 수급 영향에 따라 들쑥날쑥 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본전 생각이 나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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