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1년 선후배 사이…대표팀 주요 득점원 급부상
“작정을 하고 튀기로 마음을 먹었었죠. 이제는 머리도 자르고 정리 좀 하려고요. 여친 집에 인사를 가기로 했거든요.”
지난달 말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핸드볼 아시아지역 예선 재경기에서 숫사자의 갈기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던 정수영(23). 허공을 가르듯 솟구쳐 오르는 발군의 점프력. 그리고 공중에서 이어지는 호쾌한 스카이슛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잖아요. 눈도장을 박기 위해서 작정을 했었죠”라고 말하는 그. 눈에 띄는 외모처럼 성격과 말투 역시 시원시원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간식을 준다고 해서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네요.”
자연스레 웨이브를 준 퍼머 머리가 귀를 살짝 덮는 ‘코트 위의 꽃미남’ 정의경(23). 배구의 강스파이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상대 블로킹 위에서 내리 꽂는 점프슛은 어느덧 국가대표팀의 주요 득점 루트가 됐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남들이 탤런트 송일국을 닮았다고 하고, 재경기를 마치고는 검색어 2위까지 올라가긴 했었죠”라며 배시시 웃는 그. 수줍게 배어 나오는 미소가 일품이다.
정수영과 정의경. 대학 선후배 사이(정의경이 1년 선배)로 3년 동안 경희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들은 어느덧 남자 대표팀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그러나 고3때 태극마크를 단 정수영과 경희대 입학과 함께 국가대표가 된 정의경 모두 올림픽 무대는 이번이 처음. 4년 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정수영은 무릎 부상으로, 정의경은 선배들에게 밀리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다.
성격과 외모 모두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수영과 정의경. 그러나 이들은 같은 시련을 겪었고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딴 후 세계적인 수준의 유럽 무대로 진출해 한국 핸드볼을 대표하는 스타가 되고 싶은 이들이다. 정수영은 “유럽에서 제의가 왔을 때 병역 문제가 발목을 잡았어요.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서 걸림돌을 없앨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미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아 부담이 덜한 정의경 역시 “한창 중요할 때 무릎하고 팔목을 다치면서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모두 못 나갔어요. 이번에는 한을 풀 겁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김태훈 감독은 “언제까지 노장들한테만 의지할 수는 없다. 이 두 선수가 큰 몫을 해줘야 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감독은 “수영이는 워낙 점프력이 좋아 다양한 포지션에서 다양한 슈팅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라며 “수비 역시 뛰어나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경에 대해서도 “위에서 내리꽂는 점프슛은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발군의 핸드볼 실력은 기본이다. 뚜렷한 개성과 매력 넘치는 외모까지 겸비한 정수영과 정의경. 이들이 새로운 인기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핸드볼의 간판스타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이스파한(이란)=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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