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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CF' 낙원동 국밥집에서 들어본 민심/ "서민들 살림살이 좀 잘 살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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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CF' 낙원동 국밥집에서 들어본 민심/ "서민들 살림살이 좀 잘 살폈으면…"

입력
2008.02.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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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악기상가 인근 순대국 전문'강원도집'. 25일 취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후보 시절 순대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던 대선 광고를 찍은 곳이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부터 40~50대 회사원, 60~70대 노인 등 '국밥 집 서민'들은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많은 듯했다. 설 연휴 전이었던 4일과 취임이 코앞에 닥친 22일 두 차례 국밥 집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새 정부에 하고 싶은 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밀어붙이기는 곤란" 국민이 납득하게

바깥에는 영하의 추운 칼바람이 불었지만 10여 평 남짓한 순대국집은 3,000원짜리 순대국의 뜨거운 김과 그 속에서 피어 오르는 서민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로 금세 훈훈해졌다.

중2 아들과 함께 온 김종택(50ㆍ경기 안산시) 조해숙(46ㆍ여)씨 부부는 "가끔 들리던 곳인데 광고를 찍은 곳인 지는 몰랐다"며 신기해 했다. 하지만 2달 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얘기를 꺼내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영어 교육만 해도 그렇지 않느냐"며 "영어가 필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처음에 다른 과목까지 영어로 하겠다고 했을 때는 우리 말과 글을 버리면서까지 밀어붙이려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내 조씨는 "세종대왕이 벌떡 일어나 뺨을 때리고도 남을 일"이라고 혀를 찼다.

옆 자리에서 친구와 술잔을 나두던 이성면(50)씨가 "기자라니 나도 한마디 하고 싶다"고 나섰다. 그는 "노 대통령이 먹고 사는 문제에서 공감대를 만들지 못해 지지가 떨어진 것 아니냐"며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은 물론 눈에 보이는 확실한 효과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효과만 보고) 무리수를 두다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측면이 강해 보이는 이 대통령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까 지켜보는 국민들도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권)' 정권, '강(남 땅)부자'정권 등의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새 정부 인사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보석세공을 하는 이재운(31)씨는 "인수위원 여러 명이 사고를 쳤고, 장관 내정자들은 수십억대 재산의 강남 부자들이라니…"라며 "순대국도 국물이 우러 나와야 맛도 좋고 깊이가 있는 법인데, 추진력만 앞세우다 설 익은 정책만 쏟아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드인사 등으로 5년을 망친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 자리 저 자리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한 손님은 "하다 못해 아파트 부녀회장도 마음이 맞는 사람을 데리고 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나라 일 하는 사람들은 더 그렇지 않겠냐"며 "자질이 안되니, 전력이 있느니 하는 반대보다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잘잘못을 따지는 게 순서"라고 옹호했다.

# "살림살이 좀 폈으면" 국밥에 담긴 기대

그래도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컸다. 돈이 없어 설에 고향에 못 내려갔다는 건설 근로자 이재영(52)씨는 국밥을 한술 뜨다 말고는"이 대통령이 추진력은 있는 것 같아 한 번 믿어보려 한다"며 "내년에는 두 손에 선물꾸러미 주렁주렁 달고 맘 편히 고향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중소 제조업체를 경영한다는 조근환(59)씨는 "경제는 심리적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 줘야 한다"며 "앞으로 5년은 희망을 다시 찾는 기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30대 남성은 "설에 고향을 다녀왔더니 집안 어른이고 친구고 모두 '경제 살리기'얘기만 했다"며 "요즘은 나부터도 정권이나 이념 같은 것을 떠나 일단 나라와 국민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친정 어머니 때부터 30년 이상 가업으로 순대국밥 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김영미(45ㆍ여)씨는 "새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서 손님들 주머니 사정도 넉넉해지고 덕분에 우리 가게도 더 잘됐으면 좋겠다"며 "그게 세상 민심 아니냐"고 환히 웃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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