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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라인 급한 불 꺼라"/ 美신용위기 또 다른 뇌관에 자금지원 '소방수'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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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라인 급한 불 꺼라"/ 美신용위기 또 다른 뇌관에 자금지원 '소방수' 투입

입력
2008.02.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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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월가 금융 연합군의 ‘모노라인 구출작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월가 금융권은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미국 2위 모노라인 업체인 암박 파이낸셜에 이르면 이번주초 ‘구명 보트’(대규모 자금)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돼 온 채권 보증업체, 모노라인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모노라인을 구하지 않으면, 월가가 동반 침몰할 수 있다는 절박함의 발로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22일(현지 시간) 월가 금융권 컨소시엄이 이르면 25~26일 신용등급 강등위기에 처한 암박 파이낸셜의 신용등급 ‘AAA’ 유지를 위해 자금 지원 등 구제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월가 은행들이 막판 합의 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 역시 “씨티그룹과 UBS, 와코비아 등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암박 자금 지원을 논의하고 있으며, 30억달러 가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지난 주 말, 뉴욕 증시는 극적인 반등을 했다. 장 중 100포인트 이상 밀려났던 다우지수는 장 마감을 30분 가량 남겨 두고 단숨에 250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당사자인 암박 파이낸셜은 16% 치솟았고, 세계 최대 모노라인 업체인 MBIA 주가도 2.4% 상승했다.

모노라인은 채권 발행자가 부도를 내더라도 채권 원금과 이자가 제 때 지급되도록 보증해주는 업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파생금융상품 부실이 급증했고, 모노라인 업체가 대신 갚아야 할 보증채무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무디스 등 세계적 신용평가회사들은 미국 4위 모노라인 업체 FGIC의 신용등급을 강등한데 이어 1, 2위 모노라인인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 하락도 임박했음을 경고해 왔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 하락은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이들이 보증한 2조4,000억달러 규모의 채권 신용등급의 동반 하락을 초래하면서, 이들 보증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월가 금융권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연합군을 구성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UBS 필립 핀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들 모노라인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경우 전세계 대형은행들이 2,0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추가 상각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금 수혈과 동시에 모노라인 업체들의 회사 분리 움직임도 가속을 내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주 보험당국이 ‘굿뱅크-배드뱅크’ 분리 방식으로 모노라인 사업 부문 분리를 종용하고 나선 이후다. 모노라인 본연의 업무로 우량한 채권인 지방채 보증 부문의 굿뱅크와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파생상품 보증 부문을 배드뱅크로 분리함으로써 위험의 전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미 FGIC가 지방채 부문의 분리를 신청한 데 이어 MBIA와 암박 역시 회사 분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전세계 경제계의 관심은 미국 중앙은행(FRB)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보다 오히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 하락 여부에 맞춰져 있다. 만약 ‘모노라인 구하기’가 무위로 끝나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면 미국 경제가 최악의 파국을 맞을 수도 있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모노라인 '관치 금융' 논란/ 뉴욕 주정부가 구제책 논의 진두지휘

선진 금융의 본고장 미국에 '관치 금융' 논란이 거세다. 뉴욕 주정부가 '모노라인 구출작전'을 진두지휘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모노라인 사태가 악화일로에 있던 지난달 23일. 에릭 디날로 뉴욕주 보험국장은 월가 주요 투자은행 임원들을 불러 모아 모노라인 구제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디날로 국장은 모노라인 신용 보강을 위해 150억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모노라인 업체들에게는 지방채 보증 부문(굿뱅크)과 파생상품 보증 부문(배드뱅크)의 분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월가의 불만은 팽배하다. "지방채 발행을 보증하는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했어도 문제가 없었을 모노라인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생긴 손실을 왜 월가가 떠맡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모노라인 회사 분할 조치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BOA 애널리스트 제프리 로젠버그는 "모노라인이 분리되면 향후 수년간 배드뱅크 부문에서 상당한 법정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뱅크(파생상품 보증 부문)의 권리를 희생해 굿뱅크(지방채 보증 부문)를 살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디날로 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모노라인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등급은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이 경우 나는 책임을 방조한 사실을 문책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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