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23일 1차 공천 신청을 마감하면서 치열한 공천전쟁에 돌입했다.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는 광주의 공천 경쟁률이 8.3대1에 이르는 등 평균 6.5대1로 경쟁이 뜨거웠다. 그러나 전체 경쟁률은 한나라당(4.3대1)의 절반도 안 되는 2대1에 그쳤고, 공천 신청자가 한 명도 없는 지역구가 열세인 영남을 중심으로 무려 72곳에 이르렀다.
민주당 공천 신청 마감 결과 전국 243개 지역구(선거구 획정 이전 기준)에 총 486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그러나 울산 6개 지역구에는 공천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고, 부산은 3명, 대구는 1명에 그쳤다. 또 서울에서도 서대문 을, 서초 을, 강남 을, 송파 갑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벨트에선 지원자가 없었다. 민주당은 3월 초까지 인재 영입, 2차 신청 등을 통해 전국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낸다는 목표다.
반면 호남지역에는 희망자들이 넘쳐 났다. 광주 북 갑의 경우 12명의 신청자가 몰려 민주당 내 최고 경쟁률을 자랑했고, 광주 남구, 광산구, 전주 완산 을 지역구도 11명이 신청했다.
신청자가 1명으로 사실상 후보가 확정된 지역구도 서울 노원 을(우원식 의원), 은평 갑(이미경 의원) 등 주로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는 64곳이었다.
당 간판급 인사 중에는 손학규 공동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강금실 최고위원 등 ‘빅3’이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은 3월 초 전략공천 확정 때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로 가닥을 잡을 예정이다. 박상천 공동대표의 경우 13~16대에서 내리 당선됐던 고흥ㆍ보성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해 현역 신중식 의원에게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례대표 가운데서는 27명 중 11명이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영대, 김영주 두 비례대표는 서울 영등포 갑에서 충돌하고, 서울 영등포 을에서는 비례대표 이경숙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이 맞붙게 됐지만 김 전 의원의 SK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가 변수다. 정동영 전 장관의 측근인사 중 민병두 의원은 동대문 을에서 한나라당 중진 홍준표 의원에게 도전하고 있지만, 박명광 박영선 의원은 지역구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좌(左)희정-우(右)광재’도 민주당을 통해 출사표를 던졌다. 강원 태백ㆍ정선ㆍ영월ㆍ평창 초선인 이광재 의원은 일찌감치 공천 신청을 했고, 안희정씨도 충남 논산ㆍ금산ㆍ계룡에서 이인제 의원,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과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서울에서도 전현직 의원이 맞붙는 지역구가 눈에 띈다. 서울 도봉 을에서는 최고위원과 국회 행정자치위원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인태 의원과 손 대표의 핵심 참모로 16대 때 이 지역에서 배지를 달았던 설훈 전 의원이 격돌한다. 광진 을에서는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과 옛 민주당 대표로 맞붙었던 현역 김형주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이 공천부터 리턴매치를 벌인다.
한편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이날 1차 공천심사위원회를 열어 공천혁명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는 “우리 모두 세상 살 만큼 산 사람이니 첫 마디 나오면 다 안다”며 “계파나 특정 목적을 갖고 발언하면 안 된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또 쇄신 공천을 강조하는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의 발언에 대해 “제가 좀 순진한 사람이라 두 분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