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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분단 60년 맞아 남·북 닮은꼴 인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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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분단 60년 맞아 남·북 닮은꼴 인물 비교

입력
2008.02.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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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정권이 수립된 지 60년인 올해 학계에서는 상이한 궤적을 보여온 두 정권의 역사적 공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준비중이다. 남북정부 수립 60주년을 주제로 두 차례 특집을 준비하고 있는 계간 역사비평은 봄호에서 ‘ 두 가지 길, 남과 북을 만든 사람들’을 주제로 정치, 역사, 언어, 문학, 과학 분야에서 양 정권의 주춧돌을 놓은 문제적 인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분단정권 60년의 의미를 묻는다.

만주가 배태한 이란성 쌍생아 박정희와 김일성

박명림 연세대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박정희, 김일성이라는 남북지도자의 권력자양분으로 만주를 주목, 두 지도자의 국가운영방식의 공통점을 찾는다. 김일성은 만주항일운동에서의 군사지도자 경험을 바탕으로 권력을 장악했으며, 한국전쟁 수행과 전후 정적제거에도 만주출신의 빨치산파를 활용했다.

일본 육사졸업후 만주군 장교생활을 했던 박정희도 상하좌우로 연결된 만군인맥을 정권창출과 정권유지에 중용했다. 이와 함께 두 지도자의 만주체험은 남북 체제의 기본 성격을 규정했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양 지도자 모두 집권이후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강한 반(反)정치적 성향을 낳았으며, 이는 문민우위의 오랜 정치적 전통과 달리 남북에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상무정신에 투철한 병영국가의 설립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 교수에 따르면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지도자의 성패는 외교정책의 대조적 선택에서갈렸다. 박정희는 일정한 종속을 감수하면서도 강대국(미.일)과 협력하는, 즉 의존을 통해 자율성을 확보하는 한반도의 전통적 외교전략을 선택한 반면, 김일성은 중.소 갈등이라는 국제요건에 맞닥뜨려서 둘 모두로부터 이격을 감수하는 ‘자주노선’을 선택, 국가발전의 치명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의도했건 아니었건 박정희 체제의 등장과 권력질주의 일등공신으로서 김일성을 꼽는 분석도 흥미롭다. ▦김일성이 주도한 한국전쟁 덕택에 남한군부가 과대성장했고 이를 통해 5.16과 남북 적대구조가 유지된 점 ▦ 일본군 장교출신이라는 결정적 하자가 있었던 박정희가 한국전쟁을 통해 경력을 세척할 수 있었다는 점 ▦ 김일성의 존재로 인한 남북충돌 가능성 때문에 미국이 5.16에 온건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박 교수는 “김일성으로 인해 박정희가 살아났으며, 이는 남한 근대화의 토대를 김일성이 제공해준 역설 을 낳았다”고 덧붙였다.

문학.역사.언어.과학의 남북 거장들

문학분야에서 김재용 원광대 한국어문학부 교수가 염상섭(남)과 한설야(북)를 다룬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한 사람은 우파문학인, 다른 사람은 전통좌파문학인이었지만 염상섭은 식민지시기 자본주의 내부의 계급적 차이에 자각하지 못하고 친일로 돌아선 국민문학파를, 한설야는 민족문제에 대한 자각없이 국제주의만을 외치는 카프파를 비판했다.

비록 선택은 달랐지만 이들의 문제의식은 두 체제가 공고히 확립한 이후 체제 내의 모순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나타났다. 1950년대 이후 남의 염상섭은 이후 순수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미국중심의 냉전반공주의에 저항했으며, 북의 한설야는 해방 직후 소련군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을 뿐 아니라 1950년대 북의 만주항일운동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항일혁명문학을 카프문학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자 정치적 생명을 걸고 비판했다.

이밖에 이 잡지는 단일민족주의 역사관에 충실했지만 실증사학과 역사적유물론이라는 엇갈린 시선으로 민족을 바라본 이병도(남)와 김석형(북), 한글전용과 가로쓰기, 형태주의 문법에 대한 신념을 공유함으로써 남북 언어의 분단을 최소화한 최현배(남)와 김두봉(북), 각각 과학의 국제성과 과학의 주체성을 선도한 이태규(남)와 리승기(북)를 비교함으로써 두 정권 성립 60년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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