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시장에 격랑이 닥치고 있다. 시장 다변화와 세분화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세계 3위인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 매각을 검토할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구글, 애플 등 비휴대폰 업체들마저 속속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세계시장의 격변상과 그 안에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생존전략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요즘 세계 휴대폰 시장은 분화의 연속이다. 가격 뿐 아니라 3세대폰, 뮤직폰, 스마트폰 등 기능별로 다양한 제품들을 찾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기호가 다양화, 세분화되는 만큼 이제 더 이상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킬러 폰’은 없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모토로라는 ‘레이저’폰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 없이 부침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휴대폰 사업 분사 및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세계1위 노키아, 4위의 소니에릭슨은 세분화한 제품군으로 세계 시장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IT강자인 애플 및 구글은 파격적 아이디어의 휴대폰으로 기존 휴대폰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무한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새로 ‘6대 카테고리 전략’을 마련해 글로벌 업체들과 맞서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6대 카테고리 전략이란 역동적으로 변하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시장을 세분화하고 여기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용자들을 ▦자기 표현이 강한 소비자 ▦실용적 비즈니스맨 ▦첨단 제품을 선호하는 얼리아답터 ▦MP3와 디지털카메라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멀티미디어족 ▦휴대폰이 의사소통의 중요 수단인 일반 소비자 ▦단순 통화 기능만 이용하는 소비자 등 6개 범주로 세분화해 제품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저가폰부터 프리미엄폰까지 아우르며 세계 시장을 골고루 공략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또 다양한 제품군에 고유 디자인을 적용해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명품 자동차가 고유의 디자인으로 다른 자동차와 구분되듯, 디자인으로 삼성전자 휴대폰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최 사장은 “디자인 정체성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이용자 환경을 통해 수많은 휴대폰 중에서 삼성전자 휴대폰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용자의 경험을 휴대폰 디자인에 반영하는 ‘유엑스’(UX=User eXperience)를 디자인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6대 카테고리 전략의 첫 작품인 ‘소울폰’이 UX의 대표적 사례. 소울폰은 휴대폰 대기화면 등을 이용자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용자가 사용하려는 기능에 맞춰 휴대폰 화면이 자동으로 변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 숫자판이 음악을 들을 때에는 재생, 정지 등 음악관련 기능버튼으로 자동 전환되며 카메라 촬영시에는 밝기 조절, 줌 등 카메라 관련 기능으로 변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장 세분화와 고유 디자인을 앞세운 6대 카테고리 전략을 국내외에 적용해 올해 2억대 이상 휴대폰을 판매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소울폰은 전세계에서 2,000만대 이상 팔릴 것”이라며 “모든 제품을 통틀어 2억대 이상 판매함으로써 세계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2위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UX디자인 총괄, 장동훈 상무
"이용자의 경험을 디자인 합니다"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의 UX디자인 총괄담당 임원인 장동훈(사진) 상무는 이용자의 경험을 휴대폰 디자인으로 바꾸는 독특한 일을 한다. 그가 맡은 UX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휴대폰 전략인 6대 카테고리의 골고루 적용되는 핵심 디자인. 장 상무는 "자판 및 버튼 배열, 화면 표시, 각종 효과음 등 인식, 촉감, 그래픽, 음향 등 휴대폰에 적용되는 모든 것이 UX의 소재"라고 설명했다.
UX는 단순히 외관 뿐만 아니라 구매결정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장 상무는 "다기능 휴대폰이 나오면서 이용자들은 오히려 사용방법이 쉽고 편한 제품을 찾는다"며 "어떤 제품이 다루기 쉽고 사용하기 편한지 알아보려면 이용자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디자인센터는 수시로 이용자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며 느낀 경험을 조사한다. 그는 "전세계 시장에 수출되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이용자 연구를 진행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22가지의 진동패턴과 대기화면 전환 등 '소울폰'에 적용한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했다.
장 상무는 터치스크린의 소울폰 바탕화면 등 이용자환경을 디자인하면서 '향수병'을 떠올렸다. 그는 "터치스크린폰은 형태가 없는 향수와 같다"며 "독특한 형태의 향수병이 향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처럼 바탕화면 디자인 등 UI가 휴대폰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가장 '삼성다운 휴대폰'을 강조할 수 있는 이용자환경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UX 연구는 모든 휴대폰 제조사들의 트렌드"라며 "기업 및 제품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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