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용 카펫은커녕 온갖 가시밭길과 진흙탕길이 잔뜩 도사리고 있다.’
‘경제살리기’ 캐치프레이즈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은 출발부터 국내외 악재를 만나 경제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먹거리 물가는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선거전 내걸었던 7%는 점점 희망치에 불과하고, 4%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던 무역수지도 국제유가의 급등세로 지난해 12월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우리경제의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인 물가 성장률 경상수지가 정상궤도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새 경제팀은 비상한 각오로 안정적인 경제운용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셈이다.
새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단연 치솟는 물가를 잡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다.
최근 라면값 인상 발표 직후 이루어진 전국적 라면 사재기 양상은 1994년 북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서민들의 물가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가 급등세는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을 기록, 물가관리 목표 상한치인 3.5%를 훌쩍 뛰어넘으며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수입물가도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의 급등세로 인해 9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21.2%나 폭등했다.
반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 경제침체는 우리경제에도 수출 감소, 성장률 하락, 소비위축 등의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물가는 마냥 오르기만 하는데, 경제는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속 경기침체)마저 우려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경제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강만수 경제팀으로선 출발부터 물가도 잡고, 성장도 일궈야 하는 힘든 과제를 만났다는 게 중론이다.
물가 급등세에 놀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부랴부랴 국무위원 후보자 회의에서 “민생관련 공공요금과 생필품 물가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당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29일로 예정된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 주요 의제 역시 물가안정이 될 수밖에 없다.
새 경제팀은 물가안정 해법과 관련, 우선 대선 공약이기도 한 유류세 인하에 최우선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물가상승을 틈타 이뤄지고 있는 악덕 유통상의 매점ㆍ매석행위 단속과 원유와 밀 옥수수 사료용 곡물 등 주요원자재 품목의 할당관세 적용 등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각급 학교의 등록금과 납입금의 인상자제 요청과 고액 수강료를 받는 학원에 대한 지도와 단속도 중요한 대책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최근 요동치고 있는 민생 물가 급등을 안정시키는 것이 새 경제팀의 첫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며 “최근 물가불안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만큼 정부가 선택할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새 경제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향후 국제 유가나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금이 꼭지점이라는 분석이 많은 만큼 무리한 단기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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