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을 입은 아이들이 절벽인줄도 모르고 힘차게 행군을 하다 바다로 빠진다. 발가벗은 아이는 비행기 날개 위에 올라 창공을 내려다보고, 낙석이 소낙비처럼 퍼붓는 강에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헤엄치며 놀고 있다. 제 발 딛고 선 토대인줄도 모르고 낭떠러지로 나무를 밀어대는 아이들과, 다른 꼬마를 짓밟는 아이, 우유병을 입에 문 채 다리를 꼬고 구경하는 아이…. 모두 탐욕스럽고 잔인하고 섬뜩하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로 잘 알려진 중국 작가 탕즈강(49)의 ‘네버 그로 업(Never Grow Up)’전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위험을 자초하며 더 높은 곳으로,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아이들은 성장의 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신흥대국 중국의 절묘한 알레고리. 중국을 둘러싼 성장의 신화에 물음표를 던지는 그의 작품들은 일관되게 “절대로 자라지 않는 성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 개막에 맞춰 방한한 탕즈강은 “정치적으로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아이들을 소재로 삼기 시작했다”며 “당시의 중국 문화가 아이 같다는 생각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군인 출신인 탕즈강 역시 세계 미술시장을 주름잡는 여타 중국 작가들처럼 1980년대 중국 미술계에 불어닥친 전위미술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작품마다 냉소와 해학이 넘치고, 사회비판적 성격이 짙다. 중국 미술계를 ‘대륙 통일’ 한 듯 보이는 과장되고 희극적인 조형어법은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해 그는 자연스럽게 장샤오강, 위에민준 등과 같은 범주로 묶인다.
그러나 탕즈강은 한눈에 작품의 국적을 드러내는 중국 작가들의 ‘중국풍’에 대해 “밖에서는 사회적 표현을 강조하는 중국 작가들을 두고 그런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선 ‘중국스럽다’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월16일까지. (02)734-6111
박선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