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헝가리 거장 쉬프, 김선욱을 루체른 페스티벌 즉석 초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헝가리 거장 쉬프, 김선욱을 루체른 페스티벌 즉석 초청

입력
2008.02.25 01:10
0 0

“저 젊은이와 연락 좀 할 수 있을까요?”

헝가리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55)가 토종 피아니스트 김선욱(20)의 베토벤에 반했다. 공연을 위해 최근 처음으로 한국에 온 쉬프는 23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김선욱을 지도한 후 9월 스위스의 세계적 음악 축제인 루체른 페스티벌에 와달라고 즉석에서 요청했다.

유망한 젊은 피아니스트 5명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클래스에 김선욱이 참여해줬으면 한다는 것. 쉬프는 이날 김선욱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에 대해 “얼마 전 런던에서 세계적 대가가 같은 곡을 연주하는 것을 봤는데 김선욱의 연주가 더 낫다”는 극찬까지 했다.

한국에서 스타 대접을 받는 김선욱이 음악도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레슨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다. 김선욱은 지난 15, 16일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연주회에 선 데 이어 25일 예술의전당 주최 국민성공시대 기원음악회를 앞두고 있는 빡빡한 상황. 하지만 쉬프가 음대생 3명에게 마스터클래스를 한다는 소식에 “꼭 만나보고 싶다”며 참가비를 내고 지원했다. 쉬프는 김선욱이 2006년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리즈 콩쿠르 선배(1975년 3위)이기도 하다.

쉬프는 200여명의 청강생과 함께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감상한 뒤 무대에 올라 “별로 해 줄 말이 없군요”라고 입을 뗐다. 그만큼 완벽하다는 뜻이었다. 2004년부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 녹음하는 시리즈를 진행 중인 쉬프는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작품의 느낌과 표현법에 대해 설명도 하면서 자상하게 세부 지도를 했다.

레슨 도중 두 사람은 눈빛을 주고 받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마스터클래스는 예정된 1시간을 40분이나 넘겼고, 쉬프는 말끝마다 “Very good”과 “Excellent”를 연발했다. 레슨이 끝나자 김선욱의 어깨에 손을 두른 채 나란히 퇴장했다. 그리고 마스터클래스가 끝나자마자 공연기획사 대표에게 김선욱을 루체른에 초청하고 싶으니 연락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바흐와 베토벤 등 고전 레퍼토리 해석의 대가로 불리는 쉬프가 김선욱의 베토벤 연주를 인정한 것이다.

쉬프는 내한 전 한국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 동양 연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데 비해 음악 내면까지 깊이 이해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하지만 김선욱을 만나본 후 그는 “김선욱은 정말 특별하다. 재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지닌 보기 드문 연주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스터클래스 현장에서 나가다 김선욱과 마주친 쉬프는 “바쁘겠지만 9월 중순에 시간이 되느냐”고 말을 건넸고, 김선욱은 “스케줄을 확인해봐야 하지만 아마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즉석에서 프로그램도 논의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과 5번 중 어느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김선욱이 “4번이 좋다”고 하자 쉬프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김선욱은 지난해 관객으로서 루체른 페스티벌을 찾아갔지만 올해는 쉬프의 초청을 받아 당당히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김선욱은 세계 굴지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으며, 7월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