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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좋은 글이란 편안한 숨쉬기 같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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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좋은 글이란 편안한 숨쉬기 같아야

입력
2008.02.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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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잘 하려면 한국어 문장이 좋아야 한다. 때문에 나는 오래 전부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궁리 해 왔다. 훌륭한 문장을 많이 베껴 쓰고 외우면 글이 좋아진다는 얘기에 피천득의 <인연> 과 윤오영의 <곶감과 수필> 을 자주 펴 들었다. 그 중 ‘보스턴 심포니’나 ‘달밤’ 같은 글은 너무 많이 읽어 암송할 정도다.

두 분 선생의 글이 정말 쉽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히 사회과학 서적을 번역하는 데는 아름다운 문장보다는 논리적 문장, 힘찬 문장, 설득력 있는 문장이 더 필요했다.

이런 힘찬 글의 모범을 찾다가 <여한 10대가의 문장선> 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려시대의 문장가 2인과 조선시대 문장가 8인의 산문 중 대표작만 골라 놓은 책이다. 나는 이 중에서 농암 김창협과 연암 박지원의 글에 매료됐다. 그 중에서도 ‘호조참의를 사양하는 상소문’과 ‘백영숙을 기린협으로 보내며 써주는 글’을 좋아하여 공책에다 먼저 한문을 쓰고 다시 번역문을 써보면서 두 대가의 강건한 산문 정신을 배우려고 애썼다.

이렇게 좋은 글을 베껴 쓰며 연습해 본 결과 글이란 결국 일종의 숨쉬기임을 알게 되었다. 숨을 알맞은 간격으로 들이마셨다가 다시 알맞은 간격으로 내뱉는 그런 편안함을 유지해야 문장에 안정감이 있고 독자가 갑갑함을 느끼지 않는다. 잘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계속 듣고 싶듯이, 잘 된 글은 오래 읽어도 숨이 차거나 눈이 피곤해지지 않는다.

또 훌륭한 글, 책은 독자의 머리 속에 있는 모국어의 리듬에 호소하는데 그것이 의미 작용의 절반은 담당해 준다. 나는 번역을 하면서 부드러운 피천득과 강건한 김창협을 잘 섞어 놓은 것 같은 쉬우면서도 박력 있는 문장을 얻기 위해 요즘도 노력하고 있다.

이종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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