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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가평 '자연과 별 천문대' 별사랑부부의 꿈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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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가평 '자연과 별 천문대' 별사랑부부의 꿈 반짝반짝

입력
2008.02.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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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는 별만큼 순수한, 별 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연과 별 천문대’가 일반에 공개된 것은 만 5년이 됐다. 김상종(49), 이영이(42)씨 부부가 운영하는 사설천문대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맑은 별빛의 눈동자를 지닌 ‘순수의 커플’이다.

김씨 부부가 이곳에 들어온 지는 11년째다. 서울의 평온한 생활을 접고 이곳에 삶의 터를 마련한 이유는 단 하나, 별을 보기 위해서였다. 어린시절 우연히 별에 사로잡혔다는 김씨. 초등학교 3학년때 직접 난로 연통을 말아 경통을 만들고 렌즈를 맞춰 망원경을 만들었다. 20배 배율의 그 망원경으로 들여다 본 달은 충격이었다. “너무나 예뻤던 달의 모습, 그 감격과 흥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이후 충무로와 청계천 등지를 오가며 환등기, 렌즈 등을 모아 고배율의 망원경 제작에 나섰다. 신문배달을 해서 모은 돈으로 반사경을 사고 렌즈를 깎으며 별에 심취한 채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좀더 커서는 산에 빠졌다. 집이 서울 수유동이라 북한산 인수봉은 그의 놀이터였다. 암벽과 빙벽에 미쳐 보낸 청춘이었다. 하지만 산악인이라면 모두가 꿈꿨던 히말라야 도전은 식음을 전폐하고 말린 어머니의 반대로 접어야 했다.

부인 이영이씨는 결혼 조건으로 “과부 되기 싫으니 위험한 빙벽, 암벽 등반을 포기할 것”을 내걸었고, 김씨는 “책임질 수 없다”며 “아이를 갖지 말자”고 했다. 그들은 지금껏 약속을 지키고 있다. 신혼 3년간 이화여대 앞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며 돈을 조금 모았지만, 자연인 김씨에게는 몹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결국 1998년 모든 걸 털고 이곳 명지산 자락, 해발 500m의 별보기 좋은 곳에 손수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 속에 파묻혔다.

부부는 처음에는 주변 자투리 땅에 소일거리로 농사도 지어봤다. 풀 하나의 생명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씨인지라 풀뽑기도 하지 않았다. 커다란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렸지만 풀이 너무 우거져 들어가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은 농사일은 오래가지 못했다.

5년 전 오랫동안 꿈꿨던 고배율 망원경을 구비하면서 천체 관측용 돔을 지었고, 별을 보고 싶어하는 손님도 맞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새 통나무집과 돔을 짓고 하룻밤 머물 수 있는 숙박공간도 마련했다. 별을 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고 한 것인데, 예상보다 큰 운영비 때문에 수지타산이 걱정이다.

하지만 김씨의 가장 큰 불만은 “손님 맞느라 별 볼 시간이 없어졌다”는 것. 겨울방학 때는 매일같이 찾아오던 손님들이 뜸해지자 김씨는 오랜만에 자신만의 돔에서 자신만의 별세계에 빠져들었다. 해가 지고 다시 뜰 때까지의 밤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별을 보는 이 시간 때문에 그 좋아하는 술도 안 먹고, 별사진 찍는 시간도 아깝다며 오로지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 밤을 꼬박 새운다.

그는 요즘에는 1,500만광년에서 1억광년 떨어진 은하를 찾아 항해중이다. 이 모든 걸 이해해주고 함께 해준 아내가 고마울 뿐이다. 김씨가 꾸는 또다른 꿈은 히말라야의 해발 4,000m 되는 지점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다른 이유 없다. 그곳에선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를 도와 천문대를 지키는 ‘별선생님’ 김종호(28), 장상훈(25)씨도 비슷하다. 안동이 고향인 김씨는 7살 때인가 할머니가 들려주신 북두칠성 이야기를 듣고 “아 별에도 이름이 있구나” 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대형 항공사의 정비사로 일하다 그 ‘별의 꿈’을 잊지 못해 5년 전 이곳에 들어와 함께 천문대를 지키고 있다. 별 사랑 지극한 장씨도 아예 이곳에 거처를 정하고 밤낮으로 손님들을 맞아 별 이야기를 나누며 청춘을 사르고 있다.

가평=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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