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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오디오音 위해…"아내엔 쉿~ 들키면 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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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오디오音 위해…"아내엔 쉿~ 들키면 혼나요"

입력
2008.02.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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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총알(돈)은 없고 미치겠습니다.” “마눌님(마누라)이 알면 큰일인데…. 그래도 지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어요.”

B&W, 매킨토시, 캠브리지…. 자동차 브랜드 같기도 하고, 컴퓨터나 대학 이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이것은 유명한 스피커나 앰프를 생산하는 브랜드 이름이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때로는 억대를 호가하는 기기도 있다는 오디오의 세계. 보통 사람들은 사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을 기기들이지만, 여기에도 ‘장비병’ 환자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월급을 쪼개고 또 쪼개 주택부금 붓듯 고급 스피커 구입에 돈을 투입하고, 몇백만원 대 기기를 쓰다가도 새 기기가 나오면 금세 ‘바꿈질’(업그레이드)을 하는 사람들. 이들은 전에 쓰던 기기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라 새 기기를 쓰고 싶은 욕심 때문에 끊임없이 장비를 바꾼다고 말한다. 워낙 고가의 기기이기 때문에 기혼자들의 경우 아내와 겪는 마찰도 만만치 않다.

오디오 및 영상 기기 전문 인터넷 사이트 ‘DVD프라임’과 오디오 전문 사이트 ‘와싸다 닷컴’ 등에는 이런 남자들의 수다가 가득하다. 어느 회사의 앰프에는 어느 회사의 오디오가 어울린다는 식으로 서로의 오디오 생활에 도움을 주는 글들도 올라오지만, “아내에게 싼 값에 샀다고 속인 오디오의 진짜 가격이 들통날까 조마조마하다”거나 “새로 스피커를 바꾸면서 아내에게도 옷을 사주기로 해서 지출이 두 배”라는 애환을 털어놓는 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제대로 된 소리를 듣기 위해서 스피커와 앰프 뿐 아니라, 1m에 수십만원씩이나 하는 고급 스피커의 전선을 사려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정모씨는 “원하는 소리를 들을 때의 쾌감 때문에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원하는 소리를 얻기 위해서는 단지 돈만 투자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줄자까지 동원해 소리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 스피커의 정확한 위치를 지정하고, 방음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열정도 필요하다.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오디오 구입과 설치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벌이는 기나긴 ‘예술 행위’의 과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용산에서 고가 오디오 기기를 취급하는 엔터 AV의 김현철씨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열심히 돈을 모아 1,000만원대의 오디오 기기를 사고는 아이처럼 펄쩍 뛰면서 기뻐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며 “단지 비싼 장비를 마련하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원하는 소리를 얻기까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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