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내일 저녁 참여정부 전ㆍ현직 장ㆍ차관급 인사들과의 청와대 환송 만찬을 끝으로 공식 직무를 마무리 한다.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KTX 열차를 타고 고향 김해 봉하 마을로 내려간다. 퇴임 후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는 첫 전직 대통령을 보게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가진 고별 점심간담회에서 "그 동안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지난 5년은 국민에게도 힘든 세월이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거친 말투와 상궤를 벗어난 행동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은 수구 언론의 트집이라고 늘 불만이었지만, 정제되지 않은 말이 빌미를 준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옳고 깨끗하다"는 오만한 우월감이 독선을 불렀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참모들이 좀 더 겸허히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정에 임했다면 노 무현 정부의 5년 성적표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단정하지 않으려 한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국정 목표와 정책들은 나름대로 시대적 정당성을 지녔고, 그 결과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물론 권위주의 청산과 부패 척결, 남북관계 진전 등의 성과와 나란히 양극화 심화, 부동산값 폭등, 사회 갈등 악화 등의 실패를 남겼다는 개략적 평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대책과 같은 주요 정책은 상당한 세월이 지나야 성패가 분명해진다. 애초 대통령과 정부를 보는 시각과 정서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잣대로 평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엄밀히 객관적인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노 대통령은 귀향 뒤 재임 5년을 차분하게 돌아보기를 권한다. 무척 힘들었던 짐을 내려놓은 편안하고 맑은 마음으로 자신과 세월을 성찰한다면, 퇴임 후 삶을 성공적으로 가꾸는 길이 보일 것이다. 이를 통해 모범적인 전직 대통령으로 거듭 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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