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사의를 표명한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2000년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언론의 의혹 제기만으로 낙마한 유일한 후보자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충북 청주 출신인 이 후보자는 “반 평생을 민간부문에서 여성권익 향상을 위해 일했다”는 자신의 말처럼 정계와 여성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명예회장과 여성정치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고, 장관 후보로 지명될 당시에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와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등으로 활동해왔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의 오랜 인연도 장관직 낙점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후보자는 서울시장 인수위원,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이 대통령의 여성계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섰다. 김윤옥 여사와도 이화여대 동문으로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그의 인선을 놓고, 이 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한 지역과 여성에 대한 안배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본인과 아들 명의로 된 40건의 부동산을 포함, 45억8,000여만원의 재산 내역을 공개, ‘부자내각’ 비판의 한 중심에 섰다. 특히 “부동산 대부분은 유산으로 받은 것”이라는 해명과 달리 직접 매입한 부동산이 6건이었고, 장남의 상속세 납세 명세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장녀와 차남의 재산 내역에 대해서는 아예 공개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유방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남편이 기쁜 마음에 서초동 오피스텔을 선물했다”는 이 후보자의 옹색한 해명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대통령의 부름에 준비되지 못한 제가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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