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지음 / 포럼 발행ㆍ444쪽ㆍ1만8,000원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으로 있는 저자는 대학의 평준화야 말로 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1987년 이후 20년에 걸친 민주화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으며 그것은 ‘자유화 파탄’이라고 규정한다. 과거 한국의 역동성은 국가가 공공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시장을 규제하고 강자의 이익을 규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경제부문에서 소비자(수요자)중심주의와 주주중심주의의를 도입해 강자의 이기심이 해방됨으로써 민생파탄을 가져왔고, 교육부문에서도 고교평준화를 해제함에 따라 역시 파탄을 낳았으며 이 두 분야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상층 학벌에 의해 지배되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일류대에 진학한 극소수이고 국민 절대다수는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게임을 하게 돼 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사교육비를 얼마나 댈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부모의 재산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특히 교육의 파탄을 가져온 주범은 수요자중심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교육시스템을 친시장시스템으로 바꾸고자 한 1995년의 5ㆍ31 교육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후 학교붕괴, 공교육파탄, 사교육비 폭발, 격차심화, 사상최대의 유학행렬 등 대환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환란 속에 일류대에 다니는 중상층의 비율을 더 커지고 지방, 강북, 노동자 농민 등 나머지 국민들은 떨어졌다.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의 대폭 확충도 결국에는 고등학교서열체제의 부활을 의미할 뿐이다.
저자는 대학 자체의 교육력, 연구력과는 상관없이 입시성적 서열과 관계가 있을 뿐인 대학서열체제를 만악의 근원으로 진단하면서 대학평준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모든 대학의 평준화가 힘들다면 우선 국립대부터 평준화하고, 차차 사립대로 확대해 가면 승자독식형의 피라미드형 대학서열체제가 붕괴되고 국민다수가 소외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독재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싸움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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