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용 지음 현실문화 발행ㆍ432쪽ㆍ2만8,000원
‘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비바람을 가리고 두 발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신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잣대”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석하든 사람은 집의 중심에 서 있다. 책은 제목이 보여주듯 집의 중심에 선 ‘사람’, 집을 짓는 행위인 ‘건축’, 그리고 건축물의 집합체인 ‘도시’에 관해 지은이가 20년간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지은이는 평생을 집 짓는 데 바친 사람이지만 인문학자보다 건축의 인문학적 가치를 더 강조한다. 인문학적 정신이 깃든 건축물이라야 역사를 느낄 수 있고, 살아 숨쉬는 도시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다. 때문에 지은이는 “건축가 스스로 인문학적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인문학자들도 건축에 대해 비판을 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서양식 건축물을 베끼고 또 베껴서 그 근원조차 알 수 없는 몰개성의 건축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령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고, 돈의 기류가 흐르는 곳,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사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대합실 같은” 아파트가 도시를 온통 뒤덮어서는 안 된다.
개성을 잃고 황량해지는 한국의 도시를 구원할 방법은 없는가. 지은이는 그 대안으로 한옥마을의 보존을 들었다. 보존이라고는 하나 개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도시보다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 도시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한옥마을을 구분하자는 주장이다. “이미 시민들이 가회동 한옥에 직접 들어가 살면서 집을 적절히 개조하는 것으로 한옥 보존을 시작했다. 오직 사는 것 만으로 보존의 온갖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성균관대 석좌교수, 문화연대 공동대표, 문화재 위원을 맡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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