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측은 24일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본인의 자발적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략적인 경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다른 장관 후보자의 추가 사퇴는 현재로선 없다.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후보자는 23일부터 여러 차례 이 대통령과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며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이 대통령은 대단히 안타까워했다”고 덧붙였다. 박재완 정무수석도 “본인이 고민하다가 스스로 결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경질 가능” 발언이 잇따르며 사퇴압력이 높아지면서 이 후보자도 벼랑 끝에 몰렸고, 이 당선인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때와는 달리 이 후보자를 보호할 의지가 약해졌다고 봐야 옳다. 이 대통령측은 내심 이 후보자의 사퇴로 비판 여론이 좀 가라 앉길 기대하는 눈치다.
일종의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읽히길 기대하는 셈이다. 여론 악화 등 새 정부 출범에 부담이 되는 사태를 조기 수습하려는 이 대통령 측 의중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 핵심 측근은 “이 후보자의 사퇴가 어떤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도 “이제 야당도 공세를 좀 늦추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측 기대처럼 이 후보자만의 사퇴로 비판 여론이 쉽사리 가라 앉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야당은 이미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의 추가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 엄모(54)씨가 지난해 5월 한과공장을 짓겠다고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 포천시 화현면 일대 인삼밭 3,950㎡를 구입했는데, 아직까지 공장을 짓지 않아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엄씨 명의로 된 오산 지역의 대지에 주택을 지어 미국 시민권자인 딸 명의로 해 놓고도 이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남 후보자는 “2년 동안 인삼을 경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을 걸었으며, 오산의 주택은 국회 신고 과정에서 누락된 것을 뒤늦게 발견해 통일부에 자료를 보완해 국회에 제출하라고 이미 지시했다”.
일단 이 대통령 측은 “현재로선 추가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수석은 “의혹이 일고 있는 사안들이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야당 공세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27, 28일 실시되는 인사청문회 경과를 지켜보고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한발 더 물러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에선 새 각료들의 도덕적 하자에서 비롯된 인사청문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후 총선까지 각료인선 문제를 선거 이슈화 할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여론이 더욱 악화하면 총선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이날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과 관련 민주당이 부적격 의견을 채택할 것 같다”라고 밝혀, 총리 인준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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