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축구 패권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허정무(53)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오후 7시15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충칭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오카다 다케시(52)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을 상대로 2008 동아시아연맹컵(이하 동아시아대회) 피날레 승리에 도전한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1승1무의 한국은 일본과 승점과 골득실(+1)에서 동률을 이루고 있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오후 9시45분 킥오프되는 북한(2무)-중국(2패)전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이 확정된다. 동아시아대회의 권위가 크지는 않지만 새로 부임한 양팀 사령탑에게 첫 국제 대회 우승컵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 열리건 한일전 승부는 양팀 사령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번 대회는 오래간만에 국내파 지도자로 대권을 잡은 이들의 용병술 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결과가 주목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나카무라 ??스케(셀틱) 등 주요 해외파가 빠졌고 박주영(서울), 고마노 유이치(이와타)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양팀 모두 정상 전력이 아니지만 피차일반이라는 점에서 패전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양 감독은 외국인 감독 시대에 마침표를 찍으며 생애 두 번째로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허 감독은 2000년 아시안컵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후 7년 만에 지휘봉을 되찾았다. 오카다 감독도 98년 프랑스월드컵 후 반납한 지휘봉을 지난 1월 다시 잡았다. 두 사람이 놓았던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쥘 때까지 양국 축구는 모두 벽안의 지도자들에게 맡겨졌다.
국내파 지도자간의 한일전은 98년 4월1일 잠실에서 열린 친선경기(2-1)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경기는 양국 축구인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라고 할 만 하다. 당시 '차범근호'에 무릎을 꿇었던 오카다 감독에게 이번 한일전은 10년 전 패배의 설욕전 의미도 있다.
허정무 감독은 9년 전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당한 연패의 수모를 씻는다는 각오다. 허 감독은 지난 13일 출국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99년 9월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당한 2연패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영원한 숙적에 진 빚을 돌려주겠다고 결의에 찬 출사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일본과의 A매치에서는 2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9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2-0으로 완파했고, 2000년 4월 잠실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도 1-0으로 승리했다.
용장 허정무 감독과 지장 오카다 감독 중 누가 설욕전에 성공하며 주가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2연패의 부진에 빠진 여자 대표팀은 24일 오후 3시 영천스포츠센터에서 북한과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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