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앎의 기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들겠다는 꿈이 부족하나마 이뤄진 것 같아요.”
한글을 막 깨우치기 시작하는 네 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읽을 수 있는 국어사전인 <나의 첫 국어사전> (초록아이 발행)을 집필ㆍ편집한 채인선씨의 목소리가 살포시 떨렸다. 나의>
책은 ‘우리에게 아이들을 위한 국어사전이 아직까지 없었던가…’ 하는 부끄러움을 상쇄할만큼 실팍하다. ‘강’ 부터 ‘힘차다’ 까지 1,400여개의 표제어가 300여개의 삽화와 함께 실려있다. 동화작가이기도 한 채씨는 “공부와 놀이의 아슴아슴한 경계를 이룰 수 있는 문장으로 낱말의 정의를 내리려고 애썼다”고 했는데 그의 공력이 ‘무용 ; 음악에 맞추어 몸을 멋있게 움직이는 거예요’ ‘무섭다 ; 떨리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처럼 무릎을 탁 칠만한 풀이들로 결실을 맺었다. 어린이 대상의 책은 그림이 예쁘다는 이유로 보통 여자아이 일색이지만, 이 사전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삽화가 번갈아 나오도록 안배했고, 코시안 아이도 빠지지 않는 등 ‘정치적 올바름’까지 갖추고 있다.
만드는 데 1년 반 정도가 걸렸지만, 이런 사전을 만들겠다는 꿈은 채씨가 브리태니커 사전 한국어판 편집자 생활을 하던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 내가 외국사전을 번역하는 데 이처럼 에너지를 쏟아야하지?’ 하는 직업적 회의감에 당시 “엄마, 엄마 이 말의 뜻은 뭐야?” 라고 화장실까지 좇아오는 두 딸의 집요한 질문공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실용적 목적이 겹쳐졌다. 2000년 뉴질랜드 한인학교에서 1년간 국어교사를 한 경험은 꼭 사전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굳게했다. “그곳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했는데, 교실마다 연령에 맞는 영어사전이 비치되어 있고, 서점과 도서관에 어린이 국어 사전이 단계별로 비치돼있어 놀랄 수밖에 없었지요.”
책이 선뵌 지는 달포 남짓이지만 ‘너덜너덜해 질 때까지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항상 곁에 두고 우리 말의 재미와 행복감에 푹 빠지면 좋겠습니다’ 같은 학부모들의 성원이 답지하고 있다.
“초고를 들고 갔을 때 ‘이런 사전이 왜 필요해요? 장사가 될까요” 라며 출판사들마다 퇴짜를 놓았지만 이런 책이 필요하다는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죠”라는 채씨는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 뿐 아니라, 늘어나는 외국인들, 해외교포 자녀들에게 까지 쓸모 있는 교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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